지난달 초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의 합류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했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고위 간부의 이탈이 또 한 번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국민 노후자금 651조원(8월말 기준)을 책임지는 기금본부의 인력 엑소더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증시 진단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금본부내 서열 2위인 이수철 운용전략실장이 최근 안 CIO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운용전략실은 국내외 시장 상황을 분석해 국민연금 기금의 전반적인 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조직이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등 책임투자 업무도 담당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87학번인 이 실장은 지난 2006년 국민연금에 입사해 12년간 근무했다. 긴 근무 기간 만큼이나 조직에 대한 이해도와 충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금본부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다른 실장급 임원의 퇴사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 실장은 올해 7월 1년 넘게 공석이던 CIO 직무대리를 3개월간 수행하기도 했다. CIO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조인식 전 해외증권실장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자 조 전 실장을 대신해 CIO 업무를 병행한 것이다. 이 실장은 지난달 안효준 CIO가 선임되자 조선비즈에 "무거운 자리에 오래 있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CIO가 빨리 오셔서 다행"이라며 웃기도 했다.

올해 기금본부에서는 조 전 실장을 비롯해 김재범 전 대체투자실장, 채준규 전 주식운용실장 등 3명의 고위 간부가 사직서를 냈다. 여기에 이 실장의 사표까지 수리되면 기금본부는 CIO를 포함한 고위직 9석 가운데 3석(운용전략실장·주식운용실장·대체투자실장)이 공석으로 남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본부 퇴사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본부를 떠났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에 38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20명만 선발하는데 그쳤다.

운용역들의 잇딴 이탈에도 국민연금 기금은 매년 크게 불어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2010년 324조원에서 2013년 427조원, 2016년 558조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2040년에는 1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