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모비스, 대리점에 부품 구입 강요"
검찰은 무혐의 처분…"공정위, 무리수 둬" 비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에 부품 구입을 강요한, 이른바 '밀어내기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현대모비스 회사와 전직 임원들을 형사 고발한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초 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법인 외에 담당 임원 등 실무자 개인에 대한 고발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모비스 사건은 김상조 위원장이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처음 이뤄진 고발이었다. 재계는 '김상조식' 법 집행 기조가 검찰에서 제동이 걸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와 세종시 관가 안팎에서는 공정위 실무진이 김 위원장의 방침을 무리하게 실행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복수의 재계 및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조사거래부는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 밀어내기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위가 지난 2월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임 대표이사, 부품 영업본부장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주 후반쯤 현대모비스측에 이같은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측은 "공정위가 문제삼은 부분은 이미 개선조치가 완료됐으며, (무혐의 처분과 별개로)대리점과의 상생협력과 보다 투명한 거래시스템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23개 부품 사업소 직원들을 통해 부품 대리점들에 '임의매출', '협의매출' 명목으로 정비용 자동차 부품 구입을 할당하거나 요구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부품 구입 강요를 지시한 혐의를 받은 전 모 전 대표이사, 정 모 부사장(부품영업본부 본부장) 등은 현대모비스 법인과 함께 검찰에 형사 고발됐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부품 공급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 부품 구입을 강요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현대모비스는) 매년 자신의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한 후,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임의 매출', '협의 매출' 등의 명목으로 부품 구입 의사가 없는 부품 대리점들에게 자동차 부품구입을 강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본사(현대모비스)가 자신의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대리점들에게 소위 밀어내기를 한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정위 처분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영업행위가 구입 의사가 없는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검찰은 공정거래법 23조 4조에 규정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구입 강제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들의 부품 구입 과정에서 명백한 강제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주된 근거라고 법조계는 해석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현대모비스 검찰 고발 조치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밀어내기식 부품 판매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불공정행위를 원상복구하고, 소비자 또는 거래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하는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현대모비스는 공정위에 ▲대리점 피해보상 실시 ▲상생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및 매년 약 30억원 규모의 대리점 지원 방안 추진 ▲본사-대리점 간 전산 시스템 개선 ▲'협의 매출'에 대한 감시·감독 및 신고제도 신설 등의 자진 시정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동의의결 심의과정에서 현대모비스측 시정안을 거부하고 사건처리를 강행했다.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시정방안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회사측의 자진 시정방안을 거부하고 형사처벌을 강행했지만, 검찰이 법 위반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측에서 스스로 불공정행위를 시정하겠다고 동의의결을 신청했는데 공정위가 이를 거부할 정도로 법 위반이 확실하다고 판단해서 검찰에 고발조치했음에도 무혐의가 난 경우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올해 1월 22일 공정거래법 법 사건처리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법 위반 시 법인 뿐만아니라 담당 임원 등 실무진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사건은 이 지침에 따라 전직 대표이사 등 임원 개인이 고발 조치된 첫 사례다. 이후 공정위는 효성그룹, LS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두산인프라코어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건 등에서 임원 등 경영진과 실무진을 형사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