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흥분한다. 그러나 사실은 대통령 본인이 누구보다 가짜뉴스를 많이 쏟아내고 있다. 자기 편리한 대로 현실을 왜곡, 과장하는 게 그의 특징이다. 아전인수·견강부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간선거 기간이었던 지난 9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2분기) GDP 성장률(4.2%)이 100년만에 처음으로 실업률(3.9%)보다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겼으면 GDP(국내총생산)가 4.2% 대신 마이너스 4%를 기록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특유의 허풍스런 트윗이었다.
그날 케빈 하셋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백악관 브리핑룸의 마이크 앞에 섰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CEA 분석자료를 브리핑 했다. 특히 감세 정책으로 대규모 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온 노동부 통계 자료를 반박하며 "불합리한 통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대통령의 트윗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하셋 위원장은 "오류가 있었다. 사실은 10년만에 처음"이라고 정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2006년 1분기 이후 12년만이었다. 그는 "누군가가 영(0)을 하나 더 붙여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같다"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셋은 역대 위원장들과 비교해 중량감이 떨어진다.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예스 맨(yes man)'에 가깝다.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경제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해석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안적 통계'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하셋도 대통령의 오류를 선뜻 인정하고 바로잡았다. 대신 참모의 잘못으로 그 책임을 돌렸다. 한달 전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팩트가 틀렸던 사실을 거론하며 "100% 내 실수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말로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통계를 왜곡하거나 오독(誤讀)하는 사례가 잦다는 지적이다. 경제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했다. 지난 8월에는 "취업자수, 고용률, 상용근로자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등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며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자동차·조선 업계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며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전년 대비) 자동차 생산이 8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조선 분야도 10월까지 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어 세계 1위를 탈환했다"고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다만 극히 일부 유리한 내용만 부각시켜 현실을 호도하고 왜곡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 등을 빼고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해 임금 근로자 대부분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는 말에 대해서도 숱한 반론이 제기됐다.
전년 대비 자동차 생산 증가는 작년에 현대차 파업이 있었고, 추석 연휴도 더 길었기 때문이다. 통계적 착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발언이 있었던 날 현대차 주가는 9년만에 처음으로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조선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업계에선 "도대체 어디서 물이 들어온다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가 "10년만에 처음"이라고 보고했어도 "100년만에 처음"이라고 뻥튀기 할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면 참모들이 그렇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게 정상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국정 현안의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다 챙기고 판단할 수는 없다.
문제는 청와대 참모들의 반응이다. 대통령의 말이 거센 논란을 부르고 있는 데도 책임을 지겠다는 참모가 없다.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이 고용의 질이 개선된 증거로 언급한 고용률과 자영업자 통계가 뒤집어져도 아무 해명이 없다. 이렇게 건성건성 대통령을 보좌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대통령의 말을 뒤집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집단사고와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현실을 무시하고 비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오류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이 엿보인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최근 "모든 곳이 위기라며 개혁의 싹을 미리부터 잘라내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본인들 스스로도 눈 감고 귀 막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 정부 못지 않은 불통 논란이 제기될 정도다. 대통령에게도 한국 경제에도 불행과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