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에서의 공무원, 대우·복리 좋아 인기 직업
두 나라 모두 공무원 숫자 많고 상대하기 까다로워

중국 백주(白酒)에 대하여, 가짜에 속지 않고 진품을 판별해 내는 방법 중에서 특히 믿을 만하다고 알려진 것이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과 공무원들에게 공급(?)되는 백주를 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중국 백주 업체들은 이처럼 관(官)에 납품 또는 공여하는 제품을 따로 관리해 왔다. 그리고 그것에 가짜가 있을 리 없었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반부패(反腐败), 창렴정(倡廉政∙청렴한 정치를 창도하는)’ 운동을 벌이자, 백주 회사들의 시가총액은 떨어지고 호텔들의 연회는 줄어 들었다. 공무원들이 갖고 있던 예산으로 술을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 업자들이 공무원들을 접대하고자 하는 접근도 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직자 사정의 분위기는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부정을 저지르고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킨 최고위 관리들에 대한 ‘호랑이 때리기(打老虎)’부터, 민생 현장 하위직 비리 공무원에 대한 ‘파리 잡기(拍苍蝇)’, 그리고 권력의 주변에 기생하며 호가호위하는 인물들에 대한 ‘여우 사냥(猎狐狸)’ 등이 그것이다.

관리에 대한 정풍은 본래 목적대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반대파에 줄섰던 혹은 마침 당시에 이른바 잘나갔던 인물들까지 권력이 바뀔 때마다 싸잡아 제거하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중국만의 사정이 아니라 아마도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의 정치, 그뿐만 아니라 사람의 손에 의해 운영되는 거의 모든 조직이 예외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기업이 상대해야 할 중국 국가 기관이 여럿 있지만, 2018년 3월부터 바뀐 조직에 의거하여 ‘국가 시장감독 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이 새로 생겼다. 국무원 직속의 이 기구는 과거의 ‘국가 공상행정 관리총국(国家工商行政管理总局)’, ‘국가 품질감독 검사 검역총국(国家质量监督检验检疫总局)’, ‘국가 식품약품 감독 관리총국(国家食品药品监督管理总局)’, ‘국가 발전개혁위원회 가격감독검사및 반독점 집행(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价格监督检查与反垄断执法)’, ‘상무부 경영자 집중 반독점 집행(商务部经营者集中反垄断执法)’, ‘국무원 반독점위원회 사무실(国务院反垄断委员会办公室)’을 모두 합친 매머드 조직이다.

어찌 되었든 중국에서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매우 높다. 권한이 있고, 대우와 복리가 좋다. 부모들도 자녀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것을 바란다. 역사적으로 수나라 이전까지는 가문과 신분에 따른 관직 선발 위주였고, 일부 간단한 구술시험 등을 통한 관료 등용은 있었다고 한다. 수·당과 남송을 거치며 과거제가 정착됐다. 개혁 개방 이후에는 보통 매년 국경절이 지나면서 공무원 시험 공고가 나붙고, 11월에서 12월 사이에 필기시험이 있다. 수백만 명이 시험을 치른다.

한국의 현실로 돌아와서 보면 외환 위기 이후 평생 직장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고, 경제 성장 둔화와 노동 인력 수급의 변화 그리고 청년 취업난이 겹치면서 소위 공시생이 급속히 늘었다. 한국, 브라질, 중국 등의 나라는 공무원의 고용 안정성이 높고 연금 혜택이 좋은데, 한국에서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철밥그릇(铁饭碗)’이라는 비슷한 이름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이렇게 청년층 사이에 과도하리만큼 공무원 응시생이 많아지는 것은 한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나라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여태껏 기업과 민간 부문이 글로벌 시장에서 분투하여 국부 경쟁력이 생겼다고 인정받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혁신과 미래 경제역량 또한 기업과 민간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대기업 위주보다는 중견, 중소 그리고 스타트업의 고른 역할 분담이 소망스럽다 하겠다. 그런데 현대 중국의 혁신 환경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경쟁력이 한국의 그것보다는 나아 보인다는 평가가 있어 우리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실력 있는 중국 공무원들을 상대해본 한국 기업인들의 경탄을 듣는 일이 많아서이다.

중국 국가공무원 채용고시 과목중에서 신론(申论)은 논술 시험이다.

러시아는 구소련 해체 이전과 이후의 체제 자체가 극명하게 달라졌다. 구소련에서는 자본주의와 다르게 당, 공직자, 인민들까지 체제가 생존을 책임진다고 얘기해 왔다.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서의 공무원과 민간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었다. 공무원을 ‘정부와 체제내의 인력’으로, 민간인들을 ‘사회적 다위니즘에 입각하여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본 것이다.

그런데 사회주의가 실패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모든 민간인들이 자기의 자산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이때 기존 국유 자산을 어떻게 사유화하느냐가 국가적 난제가 되었다. 이 와중에 기존의 공직자들이 석유, 가스와 기간산업, 제조업, 언론까지 장악하고 자산계급화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1990년대의 러시아를 돌이켜 보면 이렇게 정치와 돈까지 모두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알리가르흐)가 점유하는 곳이다. 올리가르히의 원래 의미는 ‘과두(寡頭) 지배자’인데 러시아에서는 ‘신흥 재벌이 된 구(舊) 권력자’를 뜻한다.

이후의 러시아 현실은 원칙없이 흘러가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 천연가스 매장량의 20%를 소유한 가즈프롬(Газпром)은 공직자가 설립, 민간에 주식 매각, 다시 재국유화되는 순서를 거치고 있다. 이 과정에 푸틴의 최측근 메드베데프는 가즈프롬 이사회 의장에 임명되었다가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총리가 되었다.

러시아의 기본적 공무원 기구법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1993년에 만들어졌고, 1995년, 2003년 등 개정 절차를 거쳤다. 러시아에서도 직업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응시생은 많은 편이다. 러시아의 공무원 역시 권한이 많고, 재직중 1회에 한해 주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등 복리가 좋으며, 고용 안정성도 높다. 흥미로운 점은 메드베데프의 주도로 민간인이 공직자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시험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연 러시아가 체제 우군이어야 할 공무원 조직을 얼마나 개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 하겠다.

러시아의 가즈프롬(Газпром)은 지구상 천연가스 매장량의 20%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로 바뀐 후의 ‘공직자 자산계급화’ 현황을 알아내기가 쉽지는 않다. 당과 정부 사정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에 대해 흘러 나오는 또는 일부러 흘려 내보낸 비위 내용이 알려졌을 따름이다. 러시아와 다른 점을 또 들자면, 중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국가임을 표방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중국 당국의 고민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민간기업에 역할을 부여하고 그 과실로 축적되는 부의 초과이윤 사유화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시점에 와 있다. 중국 일부 기업과 기업인의 방만한 경영, 재산 해외 유출, 기술의 독점, 금융 통신 등 공공재에 대한 자유도 부여, 그리고 부의 편재에 대한 기층 민중의 저항 가능성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민간 기업의 성장 발전도 독려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공공 부문의 유사성은 사람 숫자가 많다는 데 있다. 서유럽에서 공무원 1인당 납세 국민수를 보면 대개 1:120선이라고 한다. 납세자 120명이 공무원 1명에 해당하는 정부 비용을 감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숫자는 구 사회주의권 나라들과 큰 정부를 표방하는 복지국가들에서 낮아진다. 러시아는 1:80, 싱가포르는 1:70선이다. 중국은 1:190이라는 통계가 보이는데, 중국의 실제 공공부문과 국영기업 등을 감안하면 1:25까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중국, 러시아 공무원의 공통점을 또 찾는다면 상대하기에 매우 까다롭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한국 기업 뿐만 아니라 아마 외국 기업 입장에서 비즈니스하기 가장 힘든 글로벌 시장 다섯손가락 안에 두 나라가 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러시아는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길고 많다. 중국은 외국 기업에게 불리한 제도와 그 적용으로 유명하다. 두 나라 모두 자국어로 된 계약과 문서의 해석이 아주 자의적이다.

중국과 러시아, 러시아와 중국은 긴 국경을 맞대고 있고 사회주의를 함께 하였던 역사를 공유한다.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교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시장경제를 운위하는 러시아, 중국과 교역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지역적으로도 붙어 있고 소비자의 규모도 큰 두 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현대의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교역이라는 두가지 테마만으로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힐 동인이 된다. 더구나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수록 육로로 연결된 경제권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의의 중국어권 시장과 러시아어권 시장도 함께 묶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 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