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압 터빈과 팬 사이에 변속 기어가 들어간 게 보이시죠? 저 기어 장치 덕분에 엔진에 들어가는 연료와 항공기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20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차로 2시간 30분가량 거리인 미국 코네티컷주(州) 하트퍼드에 위치한 항공 엔진 제작사 프랫 앤드 휘트니(P&W: Pratt & Whitney) 본사에서 제임스 스파이크 상용 엔진 마케팅 이사는 'GTF (Geared Turbo Fan)' 엔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P&W는 미국 GE, 영국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항공 엔진 제조사이다.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있는 항공기 엔진 제조사 프랫 앤드 휘트니 본사에서 직원이 기어를 장착한 혁신적 엔진 모델‘GTF(Geared Turbo Fan)’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이 제품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핵심 부품이 들어간다.

P&W의 생산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 엔진 회사답게 6개 생산 라인에서 24시간 3교대로 1년 365일 쉴 새 없이 돌아간다. P&W가 이날 소개한 최첨단 엔진 'GTF'는 기존 터보팬 엔진에 기어를 장착해 연비와 소음을 크게 줄인 혁신 모델이다. 이 엔진을 탑재한 'BAe 146' 제트기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민간 항공기 중 하나이다. 첨단 기술의 집적체인 GTF 엔진엔 한국 기술도 포함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핵심 부품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와 '미들 터빈 프레임(MTF)'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부터 P&W에 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공급 방식이 독특하다. 항공기 엔진의 개발부터 양산, 애프터 마켓(판매자가 제품을 판매한 이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수요에 의해 형성된 시장)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위험 부담 및 수익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해 계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천문학적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항공 엔진 업계에서는 이 방식을 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P&W와 이 같은 방식의 부품 공급 계약을 맺은 13개 회사 중 넷째로 지분이 큰 회사다. P&W의 로버트 퀸 임원은 "최고 수준 항공업계 강자들이 독식하던 세계 항공 엔진 부품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요한 파트너가 된 것"이라며 "이는 '일반적인 수주·하도급 사업자'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항공 엔진 파트너'로 성장한 도약"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항공기 엔진 사업에 진출해 올해 6월 기준 8600대 이상 엔진을 생산한 국내 유일 가스터빈 엔진 제조 기업이다. GTF 엔진 개발의 경우 지난해는 48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900억원씩 투자하며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한화 측은 "P&W와의 파트너십 체결과 공격적인 투자는 최근 항공 여객 수요와 물동량 증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민간 항공기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한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 시장 역시 연간 6%대 성장세를 지속해 2025년 542억달러(약 62조38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현우 사장은 "한화가 P&W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글로벌 항공업계 신흥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라면서, "GE 등 다른 글로벌 엔진 제조사들과도 파트너십을 강화해 엔진 부품 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