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선생, 광주형 일자리는 무슨 말입니까?"
19일 금강산 구룡폭포를 가기 위해 대화를 하며 나란히 걷던 한 북측 관계자는 난데없이 '광주형 일자리'가 뭐냐고 물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기업과 지자체, 시민이 합의해 임금을 자동차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공장에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현대차가 지난 6월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으나, 현대차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질문을 던진 관계자는 간단한 설명을 듣더니 "그러니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겁니까?"라고 했다. 정말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물어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북에 참여한 다른 취재진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질문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남측에서는 어떻게 보냐"며 "태극기부대가 반대 하고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제재와 무관하게 관광 재개하기 어렵냐"는 북측 질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관광 사업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말이 없었다.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만났던 북측 관계자들은 대부분 남한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 축하연회 자리에서는 남북 관계자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함께 식사했다. "딸·아들 둬서 성공했습니다", "선생은 담배를 자주 피십니다" 등 일상 이야기를 하던 중 대화가 끊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떨어졌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인적사항이나 정치적인 이슈만 아니면 곧장 대답했고, 먼저 다가와 농담을 건네는 등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인 금강산 해설원 중 한 사람은 남측 사람을 처음 만난다고 했다. 그는 "남측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하나도 다른 것이 없어서 어이가 없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호텔 도어맨이나 상점 직원들은 친절했다. 그 외에도 식당에서 나와 길을 잘못 들어갔을 때 멀리서 가지 말라고 소리를 친 것을 제외하면 큰 소리나 위협적인 말을 듣지 못했다. 억양은 북한을 다룬 한국 영화에서 듣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고조', '했습네다', '일 없습니다' 등 북한 말투라고 알려진 표현은 듣지 못했다.
북한 검문소에서 금강산관광특구까지 버스를 타고 오고가면서 본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오토바이와 차량도 간혹 한두 대씩 지나갔다. 들판에는 돼지, 소가 풀을 뜯고 있었는데 몸집이 작았다. 북한 소학교에는 빨간색 간판이 달려 있었다.
다만 금강산관광특구 인근 지역은 접경지일 뿐 아니라 북측에서도 시골로 분류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이 일반적인 북한 국민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평양에서 왔다는 '평양통일예술단' 소속 단원의 경우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금강산 등산 도중 우연히 만났을 땐 남측 젊은이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19일 금강산 구룡폭포 등산을 마친 후 방북단은 서둘러 짐을 챙겨 버스에 올라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난 10년을 돌아보게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