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북한 현지에서 1박2일 머무는 동안 4끼 식사를 했다. 식사는 현대그룹의 남북경제협력 협상 파트너인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가 준비했다. 비용은 현대그룹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끼니는 옥류동면옥에서 해결했다. 옥류동면옥은 과거 평양 옥류관 분점이었다가 이름이 바뀐 곳으로 현재는 옥류관과 다른 식당이다. 식당 입구부터 한복을 입은 여성 종업원들이 나와 모든 손님이 들어올 때까지 쉬지 않고 박수를 쳤다. 식당 홀에는 상점과 함께 철갑상어가 헤엄치는 욕조가 있었다.
기본 반찬으로는 김치, 지짐, 두부전과 함께 고사리 등 각종 채소 무침이 제공됐다. 식빵과 버터가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서는 한식 메뉴에 빵을 제공했다. 식당에 따라 버터에 발라 먹을 수 있는 빵, 단팥이 들어있는 빵 등 다양한 종류가 나왔다.
옥류관면옥의 메인메뉴는 냉면이었다. 북한에서 먹은 냉면은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입에 맞지 않았다. 서울에서 먹었던 평양냉면은 육수가 시원했지만, 북한에서 내놓은 냉면은 육수는 미지근하고 밍밍한 맛이 났다. 면은 질긴 편이었는데 이로 끊어서 먹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고명으로 얹은 고기는 조금 비린내가 났다. 북측 사람들은 금강산 옥류동면옥보다 평양 옥류관에서 먹는 냉면이 더 맛있다고 했다.
두 번째 식사는 금강산관광 20주년을 축하하는 연회자리에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빵, 떡, 김치 등이 제공됐다. 요리로는 닭고기편구이, 밥조개쌀라드(가리비샐러드), 청포종합랭채(청포묵냉채), 메추리완자탕, 생선깨튀기(생선깨튀김), 소고기토막찜, 버섯볶음 등이 나왔다.
생선에 깨를 묻혀 튀긴 요리는 생소했지만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났다. 북한 송이버섯은 향긋한 향이 났다. 식사로는 오곡밥과 얼레지토장국이 제공됐다. 수박, 단설기(케이크), 은정차(녹차) 등 후식까지 나오고 연회가 끝났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조식은 뷔페식이었다. 각자 그릇을 들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떠서 먹었다. 커피도 제공됐다. 설탕과 크리머 없이 병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가루를 몇 스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줬다.
마지막 식사는 수정봉식당에서 먹었다. 국내 기업인이 운영하던 식당인데, 관광이 중단되면서 북측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식당 안에는 LG의 대형 TV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음식을 담는 그릇에는 남한 음식점인 '백세주마을'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었다.
북측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음료도 눈에 띄었다. 북한 대동강맥주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2012년에 쓴 '화끈한 음식, 따분한 맥주'라는 기사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 튜더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고루한 한국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다. 금강산에서 마신 대동강맥주는 진하면서도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평양소주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25도, 30도 등으로 국내 소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었다. 마시는 순간 목이 살짝 따갑고, 몸속이 뜨거워졌다. 도수가 높지만, 쓴 맛이 나거나 공업용 알코올 냄새가 나진 않았다.
북측에서 먹은 음식은 대부분 식은 상태였다. 대규모 인원이 먹을 수 있는 다량의 음식을 한 번에 조리할 수 없어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남측 인원 100명, 북측 인원 80명 등 180명이 참석했다.
차갑게 먹는 김치나 청포묵냉채는 맛있었다. 특히 김치는 아삭하고 맛이 시원했다. 더 가져다달라는 요청이 많아 나중에는 준비된 것이 모두 떨어질 정도였다. 다만 생선이나 고기는 식으면서 본래 맛이 사라졌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식사 하셨어요?"라는 인사에 "그런 걸 왜 묻나?"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에게 '식사 했냐'는 '밥은 먹고 다니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방북단 일행 중에는 북한의 식량 사정을 생각하며 밥을 남겨도 될지 눈치가 보였다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