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의 자금조달을 손쉽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비상장투자전문회사(BDC) 제도가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도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BDC를 운영·상장하는 증권사나 운용사에 이를 제대로 운영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BDC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하면 제2의 코스닥벤처 펀드처럼 실패작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BDC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투자목적회사다. 언뜻보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 같지만 세부내용이 다르다. 기업인수목적회사는 증시에 먼저 상장한 다음 투자대상을 발굴해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이다. 일단 짝짓기에 성공하면 스팩은 인수합병한 회사로 종목명이 바뀐다.
반면 BDC는 증시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70%를 비상장투자회사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국공채 상품에 넣는 상장된 투자 상품이다. BDC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는 BDC가 투자한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주로 현금화(엑싯·exit)에 나서고 이 수익을 배당의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을 해야 세제혜택을 받기 때문에 BDC를 고배당주로 분류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평균 BDC 배당 수익률이 7~8% 수준이다. 그런데 초기기업 투자 시장이 활발한 미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회의론 이는 BDC "증권·운용사, BDC 제대로 관리할 역량 되나"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은 증권사나 운용사엔 BDC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인력이 없는 데다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없다고 말한다. BDC는 일종의 종합컨설팅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BDC 상장에 나서는 증권사나 운용사엔 이런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VC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의 기업공개(IPO)팀은 상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상장 전반 업무를 도와주는 것 뿐이지 종합적인 경영컨설팅에 나서는 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VC 관계자는 "BDC가 활발하게 상장되는 미국에서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소개해주거나 마케팅 기법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형식으로 BDC 관리인들이 기업가치 향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데, 증권사 IPO팀은 이걸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도 경영 컨설팅 능력을 갖추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 VC 관계자는 "자기자본투자를 해 본 자산운용사라고 할 지라도 종합컨설팅을 장기적으로 제공할 역량은 안 된다"며 "대부분이 단발성 투자에 특정 시점에 손익을 평가하는 시스템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운용사들은 이달 초에 처음 마련된 제도인만큼 꼼꼼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 먹거리가 생긴만큼 아직은 검토 단계"라며 "필요하다면 VC에서 관련 인력을 스카웃해올 수도 있고 관리부서를 만들 수도 있는 등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대로 된 BDC 관리를 위해 BDC를 설립한 회사가 주식 총액의 5% 이상을 투자하도록 장치를 만들어놨다"고 답했다.
◇ "개인에게 고위험고수익 상품만 늘려주는 꼴"
BDC 투자는 곧 비상장사 투자인만큼 투자위험이 높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알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일단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투자자 정보 제공이 어렵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나 은행에서는 고위험군 투자 금융상품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상장종목인 BDC에 대해선 제대로 된 사전지식 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특히나 BDC를 스팩이나 고배당주로만 인식하고 투자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엔 배당을 기대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예상대로 투자금 회수가 안될 때는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테고, 특히나 BDC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초기에 이런 손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IPO에 지나치게 의존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국내 투자풍토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 벤처캐피털 회사가 IPO로 자금회수에 나서는 비율은 37%였다. 미국(6%)이나 유럽(7%)보다 높은 편이다. 한 VC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인수합병시장이 크지 않아 상장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를 적용하여 공모펀드 수준의 투자자 보호의무가 부과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DC는 분산투자의무(10%한도), 펀드재산 별도 보관, 회계감사의무, 손익·결산 등 주요사항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