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룹 내 화학‧소재업체인 포스코켐텍이 신성장 부문에서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전 6개월 동안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포스코켐텍은 지난 7월 최 회장 취임 이후 본원사업인 내화물 뿐 아니라 음극재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내화물(耐火物)은 고온을 견디는 물질로 용광로 등을 만드는데 쓰이고,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취임 100일을 맞이해 발표한 100대 과제에 포스코켐텍 투자 계획을 포함했다. 최 회장은 2019년 그룹 내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통합한 뒤 이차전지소재 종합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이차전지 사업을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매출 17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연산 6만t 규모의 침상코크스 공장도 신설하기로 했다.
포스코켐텍은 100대 과제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음극재 1공장 준공식과 함께 2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2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켐텍의 음극재 생산량은 연간 7만4000t이 된다. 30kW급 전기차 배터리 270만대에 공급 가능한 양이다. 최 회장은 100대 과제 발표 후 첫 현장 행보로 포스코켐텍 음극재 공장 준공‧착공식을 찾았다.
지난 14일에는 세계 최대 내화물기업인 호주 RHI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광물자원 공동개발과 기술‧마케팅 협력, 중동‧아프리카 등 신시장 공동 진출을 합의하기도 했다. 최보영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켐텍은 양극재와의 통합 및 포스코 그룹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사격을 통해 그룹 성장의 '키맨(key man‧중심인물)'이라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 고로에 필요한 내화물 생산으로 시작…화학으로 포트폴리오 확대
포스코켐텍은 1963년 설립된 내화물 제조업체 삼화화성과 1971년 설립된 내화물 정비업체 포항축로가 1994년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합병회사 사명은 포철로재 주식회사에서 포스렉으로 바뀌었다가 2010년 포스코켐텍으로 정해졌다. 켐텍은 화학사업을 의미하는 '케미칼(chemical)'과 기술을 나타내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알려졌다.
포스코켐텍 본원사업은 내화물이다. 내화물은 철을 만들 수 있는 온도인 1300도 이상 고온에서도 화학적 성질을 유지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기초소재다. 제철공장의 용광로‧전기로, 석유화학공장의 중질유분해시설(RFCC)‧반응로 뿐 아니라 시멘트공장, 화력발전소의 보일러‧소각로 등 다양한 산업 소재로 활용된다.
포스코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고로에 필요한 내화물을 생산하고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이후 제철과정에 쓰이는 코크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화학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화성사업에도 진출했다. 석회석을 고온으로 연소시켜 만드는 산화칼슘인 생석회도 만든다. 작년 포스코켐텍 매출 1조1639억원 가운데 내화물 매출이 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 케미칼 부문은 31%, 생석회 부문은 27%다.
◇ 2025년까지 8배 성장 예상되는 음극재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
내화물‧화학사업을 하던 포스코켐텍은 2010년 8월 LS엠트론 음극재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유일한 음극재 생산업체로 현재 시장 점유율 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6위 업체다.
포스코는 포스코켐텍 음극재 사업을 중심으로 포스코ESM 양극재 사업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과 전임 권오준 전 회장이 그룹 미래 먹을거리로 꼽은 이차전지 소재를 포스코켐텍이 전담하게 되는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할수록 포스코켐텍 전망도 밝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재 시장은 2018년 13만t에서 2025년 108만t으로 8배 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1kWh당 음극재 1㎏이 필요하다. 작년 포스코켐텍 전체 매출 1조1639억원 가운데 음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지만, 올해는 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스코켐텍은 글로벌 배터리 셀 3대 업체(삼성SDI, LG화학, CATL) 중 2곳이 한국 업체인 상황에서 국내 유일 음극재 생산업체라는 점이 향후 실적 안정성을 담보한다"고 했다.
◇ 남북경협 핵심계열사…북한 마그네사이트‧흑연 확보 노린다
포스코켐텍은 그룹 내 남북경제협력 준비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내 광물 자원 사전조사와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섰다. 포스코켐텍은 남북 경협으로 마그네사이트, 흑연 등 소재사업 주요 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는 마그네사이트 30억t, 흑연 200만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켐텍은 북한 단천지역 자원개발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2007년 정부 주도로 진행된 단천지역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해 가공공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경영진 방북까지 진행했지만,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켐텍이 내화벽돌을 만드는 원료인 마그네사이트를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가격이 비싸다"며 "2007년 북한에서 마그네사이트를 들여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단됐는데,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포스코켐텍이 실수요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