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인해 웃고 울었다.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높이며 신약개발 저변을 넓혔지만, 영업이익은 최대 70% 수준까지 감소했다. 또 바이오사들은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기준이 나오면서 자산화된 연구개발비용 일부를 정정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국내 의약품 매출 상위 제약사들은 모두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각사의 영업이익은 유한양행 -75%, GC녹십자 -44%, 한미약품 -58%, 대웅제약 -57% 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한양행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신사업 진출에 따른 인력고용 증가의 영향을 받았으며, GC녹십자는 광고선전비 증가, 한미약품은 지난해 3분기 반영된 기술료 수익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보였다. 이 밖에 각 회사별 영업이익 감소는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올 3분기 제약회사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일률적인 원인은 일정한 매출 구조 속에서 늘어나는 연구개발 비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전년동기대비 22.9% 증가한 298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고 한미약품은 매출액 대비 17.4%인 409억원을 투입했다.
유한양행 분기매출액은 별도기준 올 3분기 375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3766억원으로 10억원 차이가 나지않는 반면, 연구개발비는 올 3분기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165억원보다 27억원 가량이 늘어났다.
GC녹십자 분기매출액 역시 연결기준 올 3분기 3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356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연구개발비는 각각 315억원과 281억원으로 차이가 났다.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비용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120억원 가까이 늘어난 905억원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최근 몇 년새 꾸준히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며 "새로운 매출 확보를 위한 신사업 진출, 상품 다각화 등 수익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는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 9월 금융당국의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 시점을,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개시 승인 시점을 개발비 자산화가 가능한 단계로 제시했다.
바이로메드 등 일부 기업이 선제적으로 연구개발비의 무형자산 인식 기준을 바꾼데 이어 올 3분기에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기업인 셀트리온과 바이오벤처 셀루메드가 회계처리를 변경하고 새 지침을 재무제표에 소급 적용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용 1245억원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나머지 613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이 비용은 신약이나 임상 1상 시험 시작을 안한 바이오시밀러 등 개발 비용으로 2분기 513억원보다 약 100억원이 늘었다.
이 613억원의 연구개발비는 소모 비용으로 인식돼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셀트리온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생체유래 이식재,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셀루메드 역시 개발비 자산화 요건과 관련해 재무제표를 정정하면서 영업적자가 늘고 자본이 줄어들었다. 2017년 셀루메드의 영업손실은 회계처리 반영 전 9억원 적자에서 10억 적자로 늘어났다. 또 자산총계는 726억원에서 649억원으로 감소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9월 금융당국이 개발비 자산화 요건을 발표하면서 지침에 맞춰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며 "연구개발은 바이오회사에서 생명줄과 같은 것으로 일부 비용이 반영돼 다소 실적이 안좋게 보일 수 있지만 개발에 따른 자산가치는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