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BIS, ‘아·태 지역 채권시장 구조’ 공동 콘퍼런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대외 충격으로 인한 자본유출입 확대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개선, 외환보유액 확충, 환율 유연성 확대 등을 통해 대외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19일 한국은행과 BIS(국제결제은행)가 공동으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대거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유출로 반전될 경우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태 지역 채권시장 발달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이 높아지면서 채권 금리가 글로벌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됐고, 그간 대거 유입된 외국인 채권자금이 대규모 유출로 반전될 경우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대외 충격으로 인한 자본유출입 확대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글로벌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기초 경제 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서 상당 규모의 자본이 유출되면서 주가와 환율은 물론 금리까지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외부 충격에 따른 신흥국 채권시장 불안이 위기로 증폭되지 않도록 국제 공조를 통해 금융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역내 차원뿐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BIS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태 지역 국가들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아시아 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 ‘아시아 채권기금(ABF)’ 등을 통해 역내 금융안전망을 강화해 왔다.

채권시장의 투자자를 다변화하고,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발행·유통 제도를 선진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 총재는 "채권시장의 규모(depth)와 유동성(liquidity)을 확대하면 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아·태 지역 채권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총재 역시 "아·태 지역 채권시장의 발달은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원활히 정착하고 외자 유입 경로를 다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 효과가 실물경제로 전달되는 가장 중요한 파급경로 중 하나인데, 채권시장이 발달하면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필요한 자금 조달에 단기 은행 차입과 주식 투자에 의존했지만, 외국인 채권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외자유입 경로가 다양화되면서 외자의 안정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아·태 지역 채권시장의 발전 과제와 함께 글로벌 위험 선호 변화가 신흥국 자금흐름에 미치는 영향, 국채시장 수익률 결정 요인, 이자율 기간구조와 거시변수 간 관계 등 최근의 주요 현안에 대한 논문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