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전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던 미래에셋대우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경쟁사들은 나란히 1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둔 반면 홀로 뒷걸음질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1317억원을 벌며 2위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는 1236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내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 1343억원을 벌었던 미래에셋대우는 45% 감소한 764억7000만원에 그쳤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1072억7000만원, 1047억2000만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올해 3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보다 당기순이익이 20.8% 증가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 자기자본 투자 손실 컸다…빅4 중 유일하게 1000억원 밑돌아

연초부터 올해 세전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입씨름을 했던 한투와 미래대우의 운명은 크게 엇갈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은 당기순이익이 전문가 예상치보다 20.6% 많은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치보다 10% 이상 상회)’를 기록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예상치보다 34% 낮은 ‘어닝 쇼크(예상치보다 10% 이상 하회)'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부진 원인은 일단 트레이딩 손익이 급감이다. 즉, 자기자본으로 투자했던 부문에서 손실이 많이 발생한 셈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이번 분기 트레이딩 관련 수익은 지난 분기보다 81% 감소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악화로 중국에 직접투자(PI)한 펀드와 주식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외 직접투자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했다.

중개 수수료 수익도 줄었다. 올해 3분기 전체 수수료 수익은 2654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19.7% 감소했다.

박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당분간 회사 목표였던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간이익을 5900억원에서 528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했다. 이베스트증권은 미래에셋대우의 목표주가도 1만2000원에서 9000원으로 25% 내렸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증시 부진에 대비한 헤지 수단이 구축돼 있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수료 수익 이외에 이자수익과 운용손익 등 수익구조가 고르게 구성돼 있다. 주식 외에도 파생상품 영업과 해외채권 운용 부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주식과 같은 단기 트레이딩 비중이 낮은 증권사들이 이번 분기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해보다 중개 수수료 수익이 감소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증권사들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올해 연간 이익 추정치를 10.8% 올린 6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NH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대다수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을 업종 추천주(Top pick)으로 꼽았다.

◇ NH증권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돼 있어 선방…메리츠는 부동산 비중 줄여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도 불안한 증시 분위기 속에서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도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자문수수료, 강남N타워,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부동산 및 대체투자 계약을 수행하며 IB 관련 수익으로 762억원을 벌었다. 지난 분기보다 10% 감소한 수준이지만, 통상 연말은 IB 업계의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편이다. 4분기에도 한남동 나인원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예정된 계약이 있어 올해 IB 수익은 사상 최대치에 달할 예정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발행어음 업무도 긍정적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투자은행 도입 후 발행어음 업무를 개선하면서 올해 2조원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대형증권사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3.9~4.6%)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3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은 트레이딩 부문 강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다른 증권사처럼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중개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보다 47.8% 감소했으나 전체 수익 중 비중이 높지 않아 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기존에 집중하던 국내 부동산 금융위주의 포드폴리오도 부동산 규제 강화로 위기를 맞자 대폭 수정했다. 주가연계형증권(ELS) 등을 발행해 트레이딩 수익을 높이는 방향을 채택 중이다. 실제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잔고는 8월말 기준 3조7000억원을 상회하며 지난해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써 채권잔고도 14조원에 육박해 트레이딩이나 이자수익 창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높였다.

이남석 연구원은 "기존 자산운용 사업 규모 확대로 수익 구조 다변화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위축으로 인한 실적 감소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독일 전자상거래 업체 ‘잘란도' 캠퍼스 부동산 투자 매각이익이 4분기에 반영될 전망이며, 여의도 본사 빌딩 매각이익이 내년 5월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