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 '지스타(G Star) 2018'이 개막한 15일 부산 벡스코(BEXCO). 전시장 좌측엔 200여명의 게임 팬들이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PC·모바일 총 쏘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e스포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선수들의 화려한 게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와" 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중국의 중견 게임사 X.D글로벌 부스엔 팬 300여명이 모여 게임 캐릭터 분장을 한 모델들과 기념사진을 찍었고, 게임 관련 기념상품을 판매하는 곳에도 줄이 100m가 넘었다. 에픽게임즈와 X.D글로벌은 올해 지스타에 대규모 전시관을 열었다. 국내 게임사 넥슨, 블루홀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다.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 '지스타' 부산서 개막 -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8'에서 게임 팬 수백명이 내년에 나올 넥슨의 모바일 게임을 미리 체험해보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는 36국 689 기업이 참가했고, 전시 부스는 2966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의 에픽게임즈와 중국 X.D 글로벌과 같은 해외 게임사들은 대규모로 전시장을 꾸미며 국내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지스타가 부산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올해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 시장을 노리는 미국·중국 게임사들이 총출동했다. 에픽게임즈를 비롯해 구글코리아, 중국의 X.D글로벌과 미호요가 대형 부스를 차렸다. 이에 맞서 국내 대표 게임 회사인 넥슨, 넷마블이 내년 출시할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고 중견 게임사 블루홀, 카카오게임즈가 자사 게임을 종목으로 한 e스포츠 경기를 열었다. 올해 지스타는 참여 기업 수는 36국 689사, 전시 부스는 2966개로 모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외산 게임의 대대적 한국 공습

벡스코 건물 외벽, 부산역을 비롯한 시내 곳곳은 포트나이트 캐릭터가 그려진 현수막과 광고판이 덮고 있었다. 에픽게임즈는 올해 지스타 메인 스폰서로, 지스타가 게임사 후원을 받기 시작한 2012년 이후 해외 게임사가 메인 스폰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인 스폰서엔 시내 곳곳 광고판과 소책자 등을 통해 매년 지스타를 찾는 20만 게임 팬에게 자사 게임을 홍보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후원하겠다는 국내 게임사가 하나도 없고, 에픽게임즈만 적극적인 후원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 ‘지스타 2018’에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분장한 모델들. 최문영 기자

구글코리아는 벡스코 3층 홀 전체를 자사 앱 장터 구글플레이와 구글을 통해 유통된 국내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모바일 게임을 홍보하는 전시관으로 꾸몄다. 구글플레이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퍼니마 코치카 총괄은 "한국은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5위 안에 드는 국가"라며 "구글플레이를 통해 더 많은 앱이 유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게임 규제로 내수 시장에서 타격을 입은 중국 게임사들도 지스타 참가 규모를 키웠다. 중국 중견 게임사 X.D글로벌은 지난해 30부스(1부스는 9㎡)에서 올해 100부스로 규모를 늘려 참가했다. 이 회사가 만든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은 국내 앱 장터 매출 10위 안에 꾸준히 들 정도로 인기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도 국내외 게임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유통과 자사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휴 협상을 맺느라 분주했다.

◇국산 인기 PC게임의 모바일 부활

이번 지스타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 인기 PC게임을 모바일로 부활시킨 신작 게임들을 대거 들고 나왔다. 넥슨은 내년 출시 예정인 모바일 게임 11개 작품과 PC게임 3개 작품을 선보였다. 넥슨이 1996년 출시했던 PC게임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로 옮긴 '바람의나라:연'을 비롯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같이 과거 넥슨의 PC 히트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 큰 주목을 받았다.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 ‘지스타 2018’ 행사장 입구에 게임 팬 수백 명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넷마블도 엔씨소프트의 인기 PC게임 '블레이드&소울'을 모바일로 옮긴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과 '세븐나이츠2', 'A3: 스틸 얼라이브',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까지 모바일 게임 4개를 선보였다. 박세진 넷마블 홍보이사는 "지스타 신작 모두 과거 PC와 모바일에서 흥행한 경험이 있는 게임을 다시 만든 것"이라며 "게임 퀄리티만 높인다면 이용자들을 다시 모바일로 끌어모을 힘이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해외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통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고 한다"며 "국내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지 않으면 내수 시장마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