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선 가운데 국제 유가마저 10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국 주유소 95%가 세금 감면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하요인을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판매가격에서 세금(56%)과 국제유가(34%)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지난 6일 인천광역시 서구의 한 주유소(보문 북항IC 주유소)에서 인하된 가격으로 게시판을 고치고 있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리터)당 1574.73원으로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 5일 1690.3원보다 115.57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495.76원에서 1418.79원으로 76.97원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유류세 인하를 시행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L당 123원, 87원씩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사가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 당일 L당 123원씩 가격을 바로 인하했지만, 자영(自營)주유소는 재고 소진 상황에 맞춰 가격을 조금씩 내리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기 전부터 국제 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정유사 직영 주유소를 포함한 전체 주유소가 휘발유‧경유 가격을 L당 123원‧87원보다 더 내려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L당 28.7원 하락했다. 여기에 휘발유 유류세 인하분인 L당 123원을 반영하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유류세 인하 직전인 11월 5일 대비 151.7원을 인하해야 한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5일 대비 L당 151.7원을 내린 주유소는 전국 1만1475개 중 667개로 5.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는 커녕 유류세 감면액 만큼 가격을 내린 주유소도 전체 숫자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 12일 기준 휘발유 판매가격을 지난 5일 대비 L당 123원 내린 주유소는 4705개로 전체 1만1475개의 41% 수준이다. 유류세 인하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격 변동이 없는 주유소가 617개(5.38%)이고, 오히려 가격을 올린 주유소도 17개(0.15)로 나타났다.

경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월 첫째 주 국제 경유 가격도 전주 대비 L당 8.91원 떨어졌다. 세금 인하분 87원을 반영할 경우 주유소는 경유 판매가격을 L당 95.91원을 내려야 한다. 전국 주유소 1만1475개 중 경유 가격을 95.91원 내린 주유소는 1204개로 10.49%에 그쳤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국제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이 10월 셋째 주부터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제 가격도 유류세 인하분과 함께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돼야 한다"며 "주유소는 국제 가격 인하분까지 판매가격에 반영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