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아키오(62) 도요타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손을 맞잡았다. 일본 시가총액 1·2위 기업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사업을 위해 동맹을 선언한 것이다. 도요타는 최근 일본에서 '차량 구독(subscription)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발표도 했다. '차량 소유'에서 '차량 공유'로 넘어가는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선포였다. 도요타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배경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도요타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도요타도 10년 전 기업 존폐의 위기를 겪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5조원(4610억엔) 가까운 적자를 냈고, 2009~2010년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지며 판매가 급감했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창업자의 손자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단행한 혁신과 이를 통한 품질 회복이 지금의 부활을 이끌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오히려 성장 가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북미·유럽·아시아 등 판매 모두 늘어
도요타는 전반기(일본 기준, 4~9월) 사상 최대 매출(14조6740억엔)과 판매량(529만3000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1조2681억엔)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영업이익률이 8.6%에 달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양적 성장이 정체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올해 2~3%대 영업이익률의 실적 쇼크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요타는 2분기 북미에서 141만대, 유럽에서 49만대, 아시아에서 81만대를 판매하는 등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2~10%씩 판매량이 늘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요타는 최근 SUV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신차를 내놓은 데다, 엔저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위기 이후 대대적인 품질 혁신에 나서 과거 명차 이미지를 회복한 것도 실적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창사 이래 최대 조직·공정 개편
도요타는 10년 전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와 엔고로 판매가 급감했다. 여기에다 2010년 가속 페달 결함으로 '1000만대 리콜'이 이뤄지며 도요타의 위상은 급추락했다. 창업자 3세인 아키오 회장은 미국 청문회에서 보상을 약속하며 울먹인 지 딱 1년이 되던 2011년 2월 '도요타 재출발의 날'을 선언했다. '혁신의 신호탄'이었다.
그는 크게 '생산 공정'과 '조직' 2가지를 개혁했다.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自)공정 완결 시스템'을 도입했다. 불량이 생기면 생산 라인을 정지시켜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 애초에 불량품이 나오는 공정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제품 도면·설계를 변경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나사 조이는 정확한 각도를 유도하는 기능을 나사에 추가하는 식으로 공정설계를 변경했다"며 "불량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품질도 높이고 비용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2016년엔 창사 이래 최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디자인·생산·파워트레인 등 기능 중심의 조직을 소형차·중형차·상용·렉서스 등 주요 상품군 중심의 '7개 사내 회사'로 바꾸고, 회사별로 최고의 제품을 출시하도록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했다.
◇연간 10조원 연구개발 투자로 차세대 기술 선도… 협력의 노사 관계도 한몫
도요타의 협력적 노사 관계도 성장의 비결로 꼽힌다. 도요타 노조는 1962년 '무파업'을 선언한 후 실제 56년째 파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2003년부터 자발적으로 4년간 임금 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에 부응해 현장 전문 인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중졸로 50년간 생산직으로 일한 가와이 미쓰루 전무가 도요타 사상 처음으로 부사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도요타는 연간 매출의 3~4%인 10조원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3조~4조원)의 2~3배에 달한다. 이는 결국 차세대 기술과 품질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성과는 하이브리드카다. 도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를 처음 출시하며 하이브리드카를 최초 양산했다. 최근 전 세계 친환경차 수요가 늘면서 하이브리드카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63만대 정도였지만 2012년 121만대, 지난해엔 150만대까지 늘어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용권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국 도요타의 부활 비결은 '품질'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데 있다"며 "최근 실적이 좋아 연구개발 투자금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그 선순환 효과가 얼마가 될지 무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