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가 올 연말부터 인터넷TV(IPTV)를 통해 우리나라 안방까지 공략에 나선다. 그동안 주로 스마트폰과 PC로 동영상을 보는 젊은 층을 공략했다면 앞으로는 TV를 즐겨 보는 중장년층으로까지 가입자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내년 초부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킹덤'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와 예능물도 연이어 내놓기로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최고경영자)는 "특히 한국은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 전 세계 소비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많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방 TV 속으로… 인터넷TV와 콘텐츠 함께 공략

넷플릭스 서비스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U+tv) 셋톱박스에 기본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2년 전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와 손잡고 자사 동영상 서비스를 TV로 볼 수 있는 별도 장치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인터넷TV 셋톱박스 안에 들어간 것. 이렇게 되면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안방에서 TV를 통해 바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있다. TV를 켜면 바로 뜨는 메뉴 화면에서 넷플릭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미 LG유플러스는 지난 주말부터 수도권 5만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계약 체결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면서 "서비스 구현에 별문제가 없는지, 개선할 점이 있는지 미리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신규 가입자들에게는 아예 넷플릭스 작동 버튼이 설치된 리모컨도 제공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내년 1월 말 좀비를 소재로 방영할 사극‘킹덤’(6부작)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 그 외 류승룡, 배두나 등도 출연한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는 내년 초부터 한국 동영상 콘텐츠도 대거 쏟아낸다. 1월 말 조선판 좀비물인 드라마 '킹덤'(6부작)을 시작으로, 연내 로맨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과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예능물 '범인은 바로 너! 시즌2'를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킹덤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작 발표 행사장에서 헤이스팅스 CEO가 직접 소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킹덤 시즌2 준비 계획까지 밝혀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한국 콘텐츠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선보여 한류 붐을 타고 있는 아시아의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올 하반기 국내 최고 인기 드라마로 꼽히는 CJ ENM의 '미스터 션샤인' 제작에 약 280억원을 투자하며 주요 콘텐츠의 해외 방영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콘텐츠 하청기지 전락" vs "오히려 성장할 기회"

넷플릭스의 인터넷TV 진출에 대해 지상파가 주축인 한국방송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성명을 통해 "결국 국내 콘텐츠 제작 산업은 넷플릭스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 안방을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각축장으로 만든다면 콘텐츠 유통 질서 교란은 물론,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외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국내에 방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이를 해외에 전파하는 선기능도 한다"며 "넷플릭스가 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를 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국내 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장단점이 다 있는 만큼 국내 관련 업계나 산업이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