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카드 수수료를 낮춰 영세 자영업자를 돕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간 카드 소비자 연회비 수익은 8000억원 정도지만, 각종 부가서비스가 포함된 마케팅 비용은 6조원이 넘는다"며 "카드 사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현저하게 낮은 데다, 대부분 (카드 이용 혜택이)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오는 만큼 비용 부담을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 결과를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수수료 우대 가맹점을 늘리고, 이들에게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 등으로 내년 가맹점 수수료가 약 1조3000억~1조5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카드업계는 "치열한 경쟁으로 마케팅이 중요한 카드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편의점 등 영세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가 결국 고객에게 부메랑이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일부 카드사는 인원 감축까지 검토하고 있어, 좋은 일자리까지 줄어들게 생겼다.
◇정부 "카드사 마케팅 출혈 경쟁 과도"
금융 당국은 관계기관 및 카드업계 관계자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카드사 적격비용을 재검토해왔다. 당국은 3년에 한 번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 일반관리비, 마케팅비 등을 분석해 적격비용(원가)을 산정해 적정한 가맹점 수수료를 산출한다. 영세·중소형 가맹점에는 예외적으로 정부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소액 결제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이미 수수료 7000억원을 인하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특히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받은 수수료로 과도한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2014년 4조1142억원에서 지난해 6조724억원으로 약 50% 증가했다. 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 카드사가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 "마케팅비 대다수는 소비자 혜택"
반면,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 대부분은 소비자 혜택"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작년 마케팅비 6조724억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품 약관에 명시된 할인 및 적립 혜택 등이 약 74%(4조4808억원)였다. 상품 약관에서 약속한 혜택인 만큼 줄이기가 사실상 어렵다. 결국 줄일 수 있는 부분은 '기타 마케팅 비용'과 '무이자 할부 비용'이다. 지난해 연말·연초 등 이벤트를 통한 할인, 캐시백, 바우처 등을 제공하는 기타 마케팅 비용은 1조616억원, 무이자 할부 혜택은 3217억원이었다. 마케팅 비용 관리가 타이트해지면 앞으로 일시적 할인 이벤트가 줄고,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가 출시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카드사 수익 악화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로 카드론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부가 서비스를 받는 이들은 카드 이용자지만, 그 혜택에 대한 부담은 주로 가맹점이 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도 본인이 받는 혜택이 영업이 어려운 가맹점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마케팅 비용 축소는 한국 카드업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기는 '리볼빙'이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고객이 리볼빙을 다 갚기 전까지 한 카드사를 계속 이용한다"며 "하지만 국내 고객의 경우 혜택에 따라 '갈아타기'가 잦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금융계에선 정부가 겉으로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최저임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영에 큰 애로를 겪자, 소비자들의 혜택을 줄여서까지 카드 수수료를 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현대카드 "인원 감축 검토 중"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일부 카드사는 인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최근 컨설팅 회사에 경영 상담을 받은 결과 신사업 추진뿐 아니라, 인원 감축을 검토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받았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