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의 폐암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기술 수출했다. 레이저티닙은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유한양행이 도입한 신약물질이다. 업계에서는 후보물질 발굴을 직접하지 않고 바이오벤처에서 될성 부른 떡잎을 확보한 유한양행 연구개발(R&D) 방식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5일 얀센 바이오테크와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얀센은 유한양행에 계약금 5000만달러를 주고 레이저티닙 임상과 허가 시판 등 성과에 따라 나머지 금액을 단계별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기술 수출 계약규모는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와 체결한 폐암 신약후보물질 기술 수출 중 가장 크다. 특히 유한양행은 이번 계약으로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에도 불구하고 자체 신약 연구개발 성과가 부진하다는 오명을 벗었다.
◇ 제약업계 R&D 새 모델 '오픈 이노베이션'…기술 수출 성공 가능성↑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LG화학(051910)생명과학사업부(구. LG생명과학)나 한미약품(128940)이 매년 매출액의 17~18% 수준의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의약품 개발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유한양행은 매출액 대비 4~5% 수준을 자체 연구개발에 쏟아 글로벌 신약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유한양행의 성장동력 발굴 방식은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로 굳어졌다.
바이오벤처의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은 다국적제약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면서 효과가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자사의 파이프라인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세계에서 연간 8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로슈의 '허셉틴'도 바이오테크인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제넨텍 지분 투자로 확보한 글로벌 신약이다. 화이자가 판매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 '엔브렐' 역시 바이오기업인 암젠이 2002년 미국의 이뮤넥스(Immunex)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신약으로 거듭났다.
유한양행 역시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레이저티닙을 사들였다. 비소세포폐암에 적합한 치료제 많지 않은 상황에서 레이저티닙이 경쟁 약물보다 높은 효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스코텍의 임상1상 결과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을 억제하는 반응률이 최대 용량 투여 시 86%에 달했다. 'EGFR' 유전자 돌연변이 치료를 목표로 하는 최신 치료제의 반응률이 7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 유한양행, 바이오벤처 투자에 무게…18개 회사와 '맞손'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처럼 가능성 있는 물질을 빠르게 상업임상 단계로 가져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제약회사들은 이를 위해서 물질 확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지분 투자 방식을 통해 신약개발 실패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특히 유한양행이 국내 매출액이 연간 1조원을 넘어선 지 5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임상2상 단계에서 글로벌 수출을 타진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 취임 이후인 2015년부터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에 활발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3년간 유한양행의 외부 지분 투자는 2000억원에 이르렀고 피투자사 수는 2015년 4개 회사에서 2018년 10월 기준 18개 회사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유한양행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지난 2015년 9개에서 2018년 9월 24개로 늘어났다.
유한양행은 2016년 9월 미국의 항체 신약 전문기업인 소렌토와 조인트벤처 '이뮨온시아'를 설립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섰으며, 올해 신테카바이오와의 유전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개발 협력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앱클론과의 면역항암 이중항체신약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어 최신 항암 신약기술의 상업화 발판을 마련했다. 이밖에 브릿지바이오와의 면역항암제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속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확대를 시행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강화를 통해 연구활동의 전략적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국내외 의약연구분야의 허브로 발전할 것"이라며 "유망 벤처기업 및 대학 등과의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