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펀드시장도 쑥대밭으로 변했다. 약세장에서 비교적 선방하던 삼성그룹과 배당주 펀드,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날아오르던 헬스케어 펀드 등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심지어는 불황이 없다는 명품(名品) 시장을 등에 업고 견고한 수익률을 자랑하던 럭셔리 펀드도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흔들렸다.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월의 진정한 승자는 리버스나 브라질에 베팅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중 리버스 펀드는 증시가 약세일 때 오히려 플러스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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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수익률 리버스펀드 13.72% 브라질은 20.94%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설정된 리버스 펀드들의 최근 1개월 수익률(11월 1일 기준)은 평균 13.72%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3.37%, 코스닥지수가 21.11% 주저앉으며 부진하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리버스 펀드가 상승 랠리를 펼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15.03%로 집계됐다.

1개월 사이 리버스 펀드 설정액은 6949억원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증시가 다시 반등할 것에 대비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리버스 펀드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에도 1225억원이 빠져나갔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리버스와 함께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상품은 브라질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다. 브라질 펀드는 최근 1개월간 평균 20.94%의 수익률을 과시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홀로 생존했다. 내년에 들어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헤알화가 강세를 나타낸 것이 브라질 증시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들 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악몽 같은 10월을 보냈다.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는 최근 1개월 동안 -11.2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삼성전자(00593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전기(009150)등 펀드를 구성하는 주요 종목들 주가가 일제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시장 상황에는 끄떡없다는 럭셔리 펀드 수익률도 지난달을 기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개월 수익률은 -10.01%, 연초 이후 수익률은 -3.80%다. 럭셔리 펀드는 각 업종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IBK자산운용의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는 루이비통·불가리·크리스찬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모회사인 케링, 고급차 제조사 페라리 등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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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펀드는 중국 경기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하강 국면을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약세 전환했다. 경기가 둔화되면 명품 시장의 큰손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어서다. 이런 우려에 LVMH·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기업 주가가 연일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 "급락 상황은 지나갔다…미 중간선거 주목"

증시 전문가들은 11월 금융시장에 대해 "불안과 공포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던 10월의 분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중간선거,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 등 돌발변수가 여전히 산재해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는 유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이기고 싶고 이를 위해 주식시장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간선거 결과 발표가 나오는 이달 7일(한국시간)까지는 추가적인 호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11월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됐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립서비스를 한 것일 수도 있다"며 "실제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의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당분간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것이므로 주가 급락 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달 30일~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정상 만찬 회동을 별도로 갖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