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곤두박질친 실적 충격에 빠진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주가 폭락에만 그칠 것 같지 않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그룹 부회장의 승계를 뒷받침해줘야 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무너진 실적과 고꾸라진 주가로 지배구조 개편에 원치 않는 변수를 키우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과 주가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은 정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그룹 지배력을 키우려면 정 부회장이 지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가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최근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마저 힘이 빠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모그룹과 주력 계열사의 잇단 어닝쇼크
현대자동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1조2042억원)의 4분의 1 수준인 2889억원에 그칠 정도로 실적이 고꾸라진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기아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73억원에 그치며 영업이익률이 0.8%에 머물렀고,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도 작년보다 15.1% 줄어든 4622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품 계열사까지 대부분 수익성이 나빠졌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주식 시장까지 휘청이다 보니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자동차 계열사들의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20~60%가량 하락한 상태다.
정의선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2.28%)와 기아자동차(1.74%)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 지주회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분이 하나도 없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23.29%)와 계열 건설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11.72%)의 주식을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18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실적은 소폭 개선됐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3월 21만4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절반 수준인 10만원대 초반까지 고꾸라졌다. 한때 2조원을 넘던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도 1조원 선에서 오르내릴 정도로 반토막났다.
◇몸값 못하는 현대ENG
여기에 그동안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던 현대엔지니어링까지 최근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8% 줄어든 2조9041억원, 영업이익은 19.48%나 쪼그라든 2143억원에 그친다. 지난해 상반기 8.21%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7.37%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상반기 상당수 건설사는 주택 경기가 좋았던 덕분에 이익이 크게 좋아졌다. 대림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11%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했고, GS건설은 무려 320.27% 증가한 6091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각각 8.17%와 9.08%로 현대엔지니어링을 멀찌감치 앞질렀다.
실적이 나빠지다 보니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장외주식 중개업체 38커뮤니케이션 등에 따르면 상반기 1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시장 거래 가격은 11월 1일 현재 70만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정 부회장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ENG에 무슨 일이?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력으로 삼았던 해외 수주 현황은 더 심각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는 19억1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억1500만달러)보다 57.59% 줄었다. 이 기간 한국 건설사의 전체 해외 수주 금액은 작년과 비슷한 226억81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가 입찰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철저하게 수익성이 담보되는 프로젝트를 위주로 수주를 하고 있다"면서 "수주가 줄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출과 수익 전망이 나쁘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경쟁사들의 수주가 늘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일감이 반토막이 났다는 것은 수주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