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bhc·교촌치킨·봉구스 밥버거 등
에서 연일 갑질 문제가 발생하면서 본격 감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맹점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담부서를 만들었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가맹점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행정안전부와 공정위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기업거래정책국에서 가맹·유통거래과를 분리하기로 지난 30일 결정했다. 공정위는 새롭게 신설된 유통정책관 아래 가맹거래과와 유통거래과, 대리점거래과를 두게 된다.

공정위는 가맹거래과에 4명을 증원하고, 9명으로 구성된 대리점거래과를 새롭게 만들어 밀어내기·강제 판매 목표 달성 등 유통업계의 갑질 파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전담부서는 오는 19일 출범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간 갈등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7년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581개로 최근 3년간 약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정위에 들어온 가맹 불공정행위 신고·제보 현황을 보면 524건에서 948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그간 대리점 관련법은 있었으나 전담조직이 없어 대리점 문제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호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까지 표준가맹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담고, 내년부터 신규·갱신 계약을 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담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담조직이 신설된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갑질횡포를 얼마나 감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맹점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공정위는 본부와 가맹점과의 계약을 확인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원조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가맹계약 체결 시, 가맹점 사업자에게 허위진술을 하거나 사기·기망행위를 할 경우 가맹본부의 등록 거부나 취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스터피자나 봉구스밥버거처럼 오너의 위법 행위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탐앤탐스는 2016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맹점주를 모집하면서 매장의 장소 선정을 본사가 정하는 곳에 두고, 매장의 인테리어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요구해 캘리포니아 비즈니스 감독국(CDBO)으로부터 가맹권(신규 가맹점 모집권)을 박탈당했다.

CDBO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곳이다. 탐앤탐스는 결국 한화 4200만원을 물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가맹점 갱신권을 얻었다.

이와 달리 미스터피자는 각종 불법행위와 갑질에도 정상적으로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이 회사 정우현 회장은 치즈 불공정거래·가족 위장 취업·회사자금 횡령 배임·보복 출점 등으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가 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됐지만 영업에 지장이 없었다.

교촌에프앤비 권모 신사업본부장(당시 사업부장)이 2015년 3월 25일 저녁 9시쯤 대구 수성구 교촌치킨 직영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서 자신을 말리려는 직원을 때리려고 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호식이법이 발효될 예정이지만, 법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교촌치킨 6촌 폭행사건 같은 오너리스크를 방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호식이법은 11조 2항 11호에 "가맹본부 또는 임직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가맹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해 가맹점 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에 관한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라"고만 돼 있을뿐, 손해배상 입증책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오너리스크 문제는 가맹계약 위반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한 민사손해배상은 입증책임이 가맹점주에 있다. 점주들이 손해를 입증하기 위해선 매출 등 내부 자료 입수가 필수인데, 본사가 이를 주지 않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손해액과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가맹계약서상에 손해배상 예정액(위약금)을 미리 정해놓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적 판단 부분은 사법부가 할 예정이라 그와 관련된 갑질 행위 등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