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을 위해 적격비용을 산출할 때 카드사의 공통마케팅비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통마케팅비용은 가맹점의 종류나 규모에 상관없이 카드사가 일률적으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마일리지, 무이자할부 같은 부가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말한다. 공통마케팅비용이 적격비용에서 빠지면 중소 가맹점 등의 수수료가 낮아지게 된다. 반면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위원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수수료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적격비용 산출에서 카드사의 공통마케팅비를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줄여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공통마케팅비를 제외하는 게 최종 개편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쯤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비용 구조를 뜯어고치는데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지출이 2014년 4조원에서 작년에는 6조1000억원까지 늘었다"며 "마케팅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오는데 이 부분의 비용 부담을 합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카드사가 제공하는 각종 부가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중소 가맹점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일부 혜택을 포기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소비자가 카드사에 내는 연회비가 8000억원 정도인데 마케팅비용이 6조원이라는 건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소비자들도 자신들이 받는 부가 혜택이 합리화될 필요가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포인트, 마일리지 등 카드사의 공통마케팅비용에 손을 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 '신(新)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체계'를 도입하면서 공통마케팅비용을 적격비용 산정에 포함했다. 카드사가 공통마케팅비용을 가맹점 수수료 산정에 반영해 회수할 수 있도록 용인한 것이다. 가맹점 모집이용이나 경품을 비롯한 판촉행사 비용만 적격비용 산정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공통마케팅의 매출 증대 효과가 가맹점별로 천차만별인데 비용은 모든 가맹점이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문제점이다. 특히 매출 규모가 큰 대형 가맹점이 공통마케팅 혜택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카드수수료 마케팅비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판매촉진비 지출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는 가맹점 전반이 아닌 매출액 규모가 큰 일부 가맹점에 한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산정에서 공통마케팅비를 제외하면 카드사들이 자연스럽게 대형 가맹점에 혜택이 주로 돌아가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간 불합리한 마케팅 혜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카드사도 마케팅비 부담이 줄기 때문에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 가맹점에서의 카드 사용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민간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런 식의 제도 개편은 전반적인 카드 이용을 줄여 소비에 타격을 주고 중소상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