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관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등 주요 그룹에 이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동향도 파악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그룹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했던 기업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달 18일 금강산관광 20주년을 기념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일 "주한 미 대사관이 주요 그룹에 이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동향도 파악할 예정으로 안다"며 "다음주 중 현대아산을 통해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남북간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이 총 7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현대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자 대북관련 사업 재개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올해 5월 8일에는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T'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 TFT는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맡고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역할을 맡는다.
현 회장은 TFT 출범과 관련해 "남북경협사업 선도기업으로서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재개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다녀온 뒤에는 "올해 안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북측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이 조속하게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기업의 대북사업 현황을 직접 확인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계는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와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미국 정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불만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미국은 대북 제재를 이행하라고 줄곧 얘기하는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특별수행단의 친목 모임을 주선하는 등 미국이 오해할만한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