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0% 이상 급감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이 회사는 31일 실적 발표에서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효자 사업인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78%를 차지하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마트폰 사업은 매출 24조91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32.5% 줄었다. 2분기 연속 하락세다. 3분기 스마트폰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도 8.9%에 그쳤다. 8%대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애플이 매 분기 2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30일 삼성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현장 점검과 함께 스마트폰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샌드위치 신세, 삼성 스마트폰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태다. 애플이 신제품 가격을 200만원 수준까지 과감하게 올리는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S9플러스, 갤럭시노트9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의 성능을 전작(前作)보다 향상시키고도 100만원대 초반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하반기 출시한 갤노트9이 작년 갤노트8만큼 팔렸지만 고가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탓에 이익은 기대만큼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 같은 두꺼운 팬 층이 없다 보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30일 스마트폰 사업 점검차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하노이의 총리 공관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중저가폰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평균 판매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5대 스마트폰 업체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최근 1년 새 평균판매가가 떨어졌다. 올 2분기 애플이 여전히 1위(판매가 724달러)를 지킨 가운데 작년 2위였던 삼성은 오포·비보·화웨이에도 뒤처진 5위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1%대로 급락하면서 생산기지 효율화 문제까지 불거졌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삼성이 인건비가 갈수록 치솟고 있는 중국 공장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베트남·인도 중심으로 생산 기지를 통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부회장도 30일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제품 가격 인하 압박과 중국 샤오미·화웨이 저가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기 나선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중국폰에 맞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우선 올해 출시한 중저가폰 갤럭시A·J 시리즈에서 간편결제 '삼성페이'용 부품을 일제히 뺐다. 삼성은 작년까지 삼성페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프리미엄뿐 아니라 중저가폰에까지 탑재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중저가폰에 카메라를 4~5개씩 탑재하면서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페이를 제외하는 초강수를 쓴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가 절감과 제품 출시 국가 고객 층의 신용카드 사용 현황 등을 모두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11월에는 삼성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을 외주업체에 맡긴 스마트폰 '갤럭시A6s'를 중국 시장에 출시한다. 이 제품은 샤오미의 위탁 생산 업체인 중국 윙텍(Wingtech)이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맡고 여기에 '갤럭시'라는 상표만 붙였다. 이를 통해 고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을 29만원대로 대폭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테스트 차원에서 내놓은 폰으로 제작 대수도 미미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제조의 삼성'을 포기하는 방안을 시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1월 7일 미국에서 개최하는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를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여기서 공개하는 폴더블폰의 주요 사양이 세계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내년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