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농구 경기 중 한 선수가 실수하거나 감독의 선수 교체가 오히려 팀에 악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나오면 어김없이 거친 발언이 쏟아진다. 또 국내 프로야구팀 중 하나인 롯데 자이언츠가 경기를 지거나 특정 선수가 실수를 하기라도 하면 역시 날 선 비판이 날아든다.
아프리카TV에서 스포츠 중계를 하고 있는 BJ(방송진행자) 석주일의 이야기다. 석주일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 소속으로 코트를 누비며 한국 농구의 부흥을 이끌었던 전설 중 한 명이다. 석주일은 프로농구 구단 SK 나이츠에서 선수 경력을 마감하고 지도자, 공중파 방송 해설, 예능 프로그램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이후 현재는 아프리카TV에서 농구와 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판교 아프리카TV 사옥에서 만난 석주일은 방송인·예능인이기 보다 농구인에 가까웠다. 인터뷰를 농구와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해 한국 프로농구가 더 잘되길 바라면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야구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는 농구인이지만 야구는 팬으로서 누구보다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농구인 친구보다 야구인 친구가 더 많다"며 웃어 보였다.
아프리카TV에서 농구를 중계할 때 다소 거친 발언으로 비판해서 농구인들과 거리가 소원해졌냐는 질문에 석주일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같은 대학교를 나온 문경은 서울 SK 나이츠 감독을 만나면 자기 욕 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 인생을 망칠 욕을 한 적은 없다"면서 "경기에 몰입하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보이면 시청자들이 하지 못하는 거친 말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 "독설은 대한민국 농구가 잘 됐으면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석주일은 아프리카TV에서 스포츠 중계를 할 때 욕설이 섞인 다소 거친 멘트를 쏟아낸다. 그는 "기존 방송국에서 해설을 하던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아프리카TV 중계"라며 "나를 내려놓고 시청자들이 듣고자 하는 말, 시청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표현하려다 보니 말이 다소 거칠게 나오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방송에 들어가면 본인을 내려놓고 미쳐서 방송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멘트는 따로 정해놓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발언이 더 거칠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석주일은 일상에서는 방송에서처럼 항상 거친 입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평소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다소 가감 없는 성격은 맞다고 한다. 그래서 이전 방송 해설자 시절에는 방송국에서 석주일을 상당히 까다로워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해설 위원분들을 보면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해주시는 것 같았다"면서 "저는 눈치를 안 보고 아닌 건 아니라는 심정으로 잘못된 점을 가감 없이 지적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이어로 방송 스태프들이 주의를 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웃었다.
석주일은 아프리카TV 스타일의 스포츠 중계가 앞으로는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가 10여년 전 방송에서 했던 해설이 조금은 빨랐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점차 편파 중계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해설이 점차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운동 선수 출신 1인 미디어 창작자 더 많아졌으면"
석주일은 최근 운동 선수 출신들이 1인 미디어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도 경쟁자가 나와야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다"면서 "경쟁을 통해 개인뿐 아니라 아프리카TV도 발전하고 결국에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을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도태된다"라며 "시청자들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과 대충 일하는 것을 다 알아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농구나 야구를 예로 들자면 코칭 스태프보다도 더 정교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진 팬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해설로 나서지 않는 것은 현장에서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동 선수 출신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을 데이터를 활용해 더 현실성 있게 전달해주고 해석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석주일은 선수로서, 그리고 해설자로서 주류에서 잠시 벗어나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아프리카TV 방송을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지식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을 내 방식대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찾아줘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스포츠도 선수들이 원하고 팬들이 원하는 부분을 내 눈높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눈높이로 봤을 때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도 아프리카TV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 덕분에 감히 얘기하자면 농구를 보는 눈이 10배, 100배 이상 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 선수 출신들이 1인 미디어 창작자를 하면서 그 점을 느끼고 다시 필드나 코칭 스태프로 돌아간다면 한국 스포츠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