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전경.

정부의 9·13대책 발표 후 처음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값이 꺾였다. 초강력 억제책이 나온 지 6주 만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0.05%)에 비해 감소한 0.03%를 기록했다. 9·13대책 직후인 지난달 17일 기준 0.26%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후 5주 연속 둔화됐다. 서울 다른 지역은 아직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강남 3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초구·강남구 아파트는 각각 0.02%씩 내렸고, 송파구는 0.04% 떨어졌다.

"집값 하락의 신호탄" vs "급매물 거래로 인한 일시적 현상"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데 대해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란 의견과 "호가를 낮춘 급매물 일부가 거래되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란 견해가 맞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시장의 대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꺾인 것은 9·13대책이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라며 "전체적인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9·13대책으로 강남권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워지며 매수 실종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고 국내 경기도 매우 나빠, 집값이 오를 동력(動力)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이미 수십억원에 달할 정도로 오른 상황이라 가격이 부담스럽고, 보유하고 있으면 종부세 부담도 커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이달 초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2차(전용 160㎡) 아파트가 33억원에 팔렸다. 지난 8월 같은 면적이 35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대책 발표 후 2억8000만원이 하락한 셈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사는 "지난달 19억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잠실주공5단지(전용 76㎡) 호가가 최근 18억원으로 떨어졌다"며 "그래도 매수 대기자들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 이후 매수·매도자 모두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극심한 '거래 절벽'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신고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501건이었다. 반면 대책 이전 42일간 거래량은 1만8823건에 이른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 이내'라 향후 거래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폭의 감소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당장은 대출 규제로 고가 주택 구매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1월 이후 강남권역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입주하면 일대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하반기만 해도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1073가구) 등 대단지 신축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 위원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물량이 많아져 인근 집값이 떨어진다고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소득 수준이 높은 입주자들이 들어오고 전세금도 오르면서 주변의 집값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용인 등 비규제지역 가격 오르는 '풍선효과'도

강남과 달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금주 상승 폭은 0.06~0.07%로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대출 의존도가 적은 데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동북선 경전철 사업이 가시화되는 등 교통 호재가 작용하며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0.04% 하락했다. 다만 대전(0.27%), 경기 용인(0.42%) 등 일부 지역의 상승 폭은 9·13대책 이후 오히려 커졌다. 대체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다. 심 교수는 "유동자금이 규제 지역에서 이탈,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봤다.

한편 2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은 "고액 부동산을 보유한 미성년자들의 자금 원천을 추적해 증여세 탈루 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 스타강사에 대해서도 "세무조사할 것은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