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시판 허가 받아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서 관심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인공 심장판막이 10여년의 개발 끝에 상용화 문턱을 넘었다.

의료계에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입판막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 서울대병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2004년부터 서울대병원 연구팀과 태웅메디칼이 개발에 뛰어든 '폐동맥 인공 심장판막'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취득했다. 지난 2년 간의 임상시험 결과 우수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검증돼, 국내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 연구팀과 태웅메디칼이 식약처 허가를 취득한 차세대 폐동맥 판막 스텐트. 돼지의 심낭 조직을 여러 단계에 걸쳐 특수 면역·화학 고정처리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 한 뒤, 인체 심장 판막과 똑같은 3가닥 판막 조직으로 가공했다. 판막을 감싼 니티놀 스텐트는 자가확장형으로 큰 직경까지 제조할 수 있어 폐동맥이 큰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심장에는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판막 4개가 있다. 가장 흔한 판막질환은 대동맥의 판막 협착이다. 대동맥 인공 판막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한 스텐트-인공 심장판막 '타비(TAVI)'가 이미 상용화됐다.

이번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스텐트 이식 폐동맥 인공 판막'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제품으로, 그간 한국과 미국, 중국이 치열하게 개발 경쟁을 해 왔었다.

현재 외국에서 개발돼 쓰이고 있는 '풍선확장형 폐동맥판막'은 제품 가격이 개당 3000만~4000만원에 달한다. 풍선으로 불어서 폐동맥에 삽입하는 판막으로, 10여 년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상용화됐다. 하지만 비싼 가격뿐 아니라 10년마다 판막을 교체해야하고 최초 수술은 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에서 개발한 스텐트-폐동맥 인공 판막은 처음부터 가슴 절개 없이 정맥을 통한 시술을 할 수 있다. 또 혈관을 뚫고 지나가도록 설계된 그물관 장치인 스텐트가 견고하고 폐동맥 크기에 유연하게 맞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허가 받은 인공 판막은 기존 제품보다 적응증이 4배 정도 커 시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환자들의 수술과 경제적 부담을 한결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수출을 통해 국부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심장초음파(그림 A)와 심장 CT(그림 B,C)로 환자의 폐동맥판막 영상을 찍은 뒤 맞는 판막 크기를 정한다. 대퇴 또는 목 정맥을 통해 아래 도관으로 판막을 폐동맥 부위에 삽입한다.

앞서 김기범, 김용진, 임홍국 교수 등으로 이뤄진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지원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을 통해 돼지와 소 심장 외막을 이용한 인공 심장판막 개발을 시작했다. 또 흉부를 열어 수술하는 개흉수술 대신 피부를 통해 간단히 판막을 이식하는 스텐트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물실험 시행 후 2016년부터 시작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10명에게 이식하고 6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특히 이종이식의 가장 큰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워 면역억제제가 필요없다. 이 연구는 올해 6월 미국 심장학회 잡지 '혈액순환,중재시술(Circulation, Cardiovasc intervention)'에 소개돼 큰 화제가 됐다.

연구팀은 "현재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상용화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 허가를 위해 11월 유럽 6개국, 11개 소아심장센터와 만나 협의하고 내년 초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CE인증을 받으면 일본과 홍콩은 바로 상용화 가능하다. 대만엔 국내 허가만으로도 수출이 가능해 가격 조정만 되면 바로 진출할 수 있다.

김기범 교수는 "현재 국내 여러 병원에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초부터 유럽 내 허가임상을 진행해 유럽CE인증을 받으면 환자 삶의 질 향상, 한국 의료기술 세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동맥 판막의 경우 이미 세계 유수 회사들이 제품을 상용화 해 시장 선점 효과가 없어 연구 진행을 중단한 상태다. 태웅메디칼은 수술로 판막을 삽입하는 대동맥 판막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