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란 거창한 제목의 정책을 발표했다. 고용 참사 이후 오랫동안 뜸 들여온 일자리 관련 대책인 만큼 획기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는 또 빗나갔다. 세금을 투입해 아르바이트 성격의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연말까지 만들고, 내달 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15% 내려 휘발유값을 1L당 123원 깎아주겠다는 것이 이날 발표된 정책의 골자였다. 카풀(공유 차량 서비스)이나 원격 의료 등 혁신 성장에 필요한 규제 개혁 과제는 민주당과 관계 부처, 이익 단체들의 반대에 밀려 죄다 빠졌다. 쉽게 말해 지지층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해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책 카드는 포기하고, 세금을 풀어 기름 값을 깎아주고,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손쉬운 길을 선택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유 경제 활성화와 신규 투자를 위해 기업들이 요청한 규제 완화 조치는 연내에 다시 내놓겠다"고 말했다. 당정 협의 과정의 진통을 시사하는 설명이다.

이번 대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당초 내년에 써먹기 위해 아껴뒀던 카드들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자 정부가 '정책 가불(假拂)'에 나설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계절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겨울을 앞두고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끌어다 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론과 더불어 양대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정책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카풀, 원격 의료 서비스 시행과 관련된 규제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데다, 의료계, 택시업계 등 이익단체들의 반대를 등에 업고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고집한 여당 앞에 정부가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 의료의 경우 도서 벽지의 장애인, 거동 불편 환자 등에 한해서 시범 실시하는 계획에 그치고 있다. 카풀 사업 허용 여부는 이번에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와 기업 활력을 위해 시급한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 과제는 작년부터 계속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는 (경기 부양) 효과도 미미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