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철이 도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과 CJ(001040)그룹 등 일부 그룹은 이미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삼성, 현대자동차, SK(034730), LG(003550)등 주요 그룹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특히 총수가 바뀐 LG, 총수의 장남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현대차그룹의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사장단을 50대로 교체한 만큼 올해는 인사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2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50대(代) 사장을 대거 기용했다. 작년에 새로 기용한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5.9세였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김동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 식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의 승진인사 규모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21명에 달했다. 올해도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되지만,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부문이 주춤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승진인사 폭도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작년 2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한 뒤로 계열사의 임원 인사는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11월에 삼성전자 임원 인사를 했고, 금융계열사는 올해 2월에서야 이뤄졌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에는 전년도 임원 인사가 늦어져 비교적 빠른 시기에 이뤄졌다. 올해 인사 시기와 규모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8’에서 한 자동차 전장 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권한을 조금씩 이양해 왔는데, 올해는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업무까지 맡긴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 및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은 내년 3월 현대모비스, 2020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임기가 끝나는데, 이 시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이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연말부터는 아니더라도 이른바 ‘정의선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차그룹에는 30명 안팎의 부회장·사장급 임원이 있는데, 역할이 중복되는 일부 임원들은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오른쪽) SK 회장이 19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가진 ‘2018 CEO세미나’에서 사업모델 혁신 방은을 계열사 CEO들과 논의하고 있다.

SK는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했다. SK는 통상 CEO 세미나 개최 후 계열사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12월 중순쯤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데, 2016년에 주요 계열사 CEO를 50대로 대거 교체한 만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는 2016년에 총 계열사 사장급 이상 CEO의 약 40%를 교체했고, 작년에는 이들의 보직만 일부 바꿨다.

주요 계열사 중 SK하이닉스(000660)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에 SK하이닉스에서는 14명의 승진자와 27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해 계열사 중 임원 인사가 가장 많았다. SK이노베이션도 작년에 총 18명의 승진자 및 신규 선임자가 나왔으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승진자가 줄거나 일부 문책성 인사도 예상된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구광모(왼쪽부터) LG 회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을 찍어주는 인물은 최태원 SK 회장.

LG는 이달 29일 LG화학(051910)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051900), LG전자(066570), LG디스플레이(034220), LG이노텍(011070), LG유플러스(032640)등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진행한다. LG는 이를 바탕으로 통상 11월말에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올해 임원 인사는 새 회장 체제에서 단행하는 첫인사인 만큼, 구광모 회장의 색깔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 회장은 올해 6월 취임 직후 그룹 내 2인자를 자신과 가까운 권영수 부회장으로 교체하고 7월엔 인사팀장도 교체한 바 있다. LG 내에선 구 회장이 과감한 변화를 줄 것이란 예상과 안정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임원 인사와 함께 구본준 LG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갖고 계열분리를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조카에게 물려주면서 올해 임원 인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으나 시간이 촉박해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에 계열분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