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각 지역에서 추진되는 교통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공공투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면제된다. 지금은 총 사업비 500억원(국비 투입 300억원) 이상 국가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경제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절차가 생략된다.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기반, 전략산업 투자 사업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에 따라 지방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대규모 철도사업 등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등 낙후 남북 접경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군사적 효용성이 낮은 지역은 올해 중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이들 접경지역에서 각종 산업·물류·관광단지 등을 개발할 때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각종 부담금도 대폭 감면될 전망이다.

올해 총 17조9000억원이 투입된 주거, 환경·안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주요 공공기관의 투자액이 내년에는 26조1000억원으로 8조2000억원 증액될 예정이다. 정부와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각종 투자사업을 확대해 경기하강 속도를 늦추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2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경제성이 낮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걸러냈던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이달말쯤 관계기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등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2018~2022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사업에 포함되는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구축, 전략산업 관련 신규 투자 프로젝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방침이다.

KTX 오송역 전경.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구상한 대규모 투자프로젝트가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 부산 등 광역시 차원에서 추진됐던 철도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의 경제성 입증의 주요 기준인 수요 입증에서 문제가 돼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철도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평택~오송 제2복선전철 건설사업과 경상남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서부경남 KTX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사업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규사업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으로 추진돼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균형발적계획에 포함된다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사업을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재정건전성 지킴이 역할을 했던 예비타당성 조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균형발전계획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대규모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장치가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서북부와 강원도 등 남북 접경지역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도 추진된다. 정부는 올해 중 경기도 파주, 문산, 김포, 동두천 등 접경지역 중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지역의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체산림조성비와 농지보전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 감면(50%) 대상도 확대된다. 체육·공원시설 등에 국한된 부담금 감면 대상을 산업·물류·관광단지 개발 등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현재는 해제 전 개발제한구역내 위치한 중소기업에만 용지를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용지의 10% 이상을 기존 개발제한구역 주변에 입지한 중소기업에도 공급할 방침이다.

주거, 환경·안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주요공공기관의 투자가 올해보다 8조2000억원 더 투입된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신도시·택지 개발, 주거복지 등 주거 분야 투자가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내년 15조2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 늘어난다. 환경, 안전 분야 투자는 5조7000억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8000억원 가량 늘어난다. 당진화력 1~4호기, 태안화력 3~4호기 환경설비 개선, 한울 1,2호기 설비보강 사업 등이 추진된다. 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은 올해 1조4000억원에서 내년 4조4000억원으로 3조원 이상 확대된다.

이와 함께 현재 군(郡) 단위에서 추진 중인 노후상수도 정비 지원대상을 시(市)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초 2021년이었던 시지역 확대 시기를 내년으로 2년 가량 앞당길 방침이다. 군산, 목포, 거제, 창원 등 산업·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상수도 사업 경영개선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 대해선국비보조율(기본 보조율 50%) 인센티브를 최대 70%에서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가 민자 등을 통해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지상공간에 생활SOC를 조성할 경우, 지상시설에 대한 국고보조를 확대하는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도심의 노후청사를 재개발할 경우 체육시설, 주차장 등 생활SOC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되도록 정부가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