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에 반등하는 듯했던 아시아 주요 증시가 23일 급락세로 돌아섰다. 한국 코스피가 2.57% 하락하면서 1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일본 닛케이(-2.67%), 중국 상하이지수(-2.26%)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지수는 7.2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가 20.9%, 일본 닛케이가 10.6%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23일 주가 하락에는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우려, 미국 시장금리 급등 여파, 이탈리아 재정 적자 확대 우려 등 각종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증시 주변 자금이 마르면서 급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악재 못 이기고 주저앉은 코스피

이날 대외 악재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였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도 중국과 무역 전쟁을 지속할 예정이며, 미국이 부과한 높은 관세 때문에 중국이 고통받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이후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어치에 1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6.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중국 성장 둔화 우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등 글로벌 증시를 출렁이게 했던 미국 시장금리 급등 여파, 이탈리아 재정 적자 확대 예산안을 둘러싼 유로존 갈등 등도 악재 요인이었다.

◇외국인 이달 3조5000억원 순매도

특히 한국에선 투자자들이 하락세인 증시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증시 주변 자금마저 마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이 23조8320억원(19일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자금으로, 예탁금 감소는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23일 하루 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이 5300억원이 넘고, 이달 들어 빠져나간 금액은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미국 증시 급락세가 나타나자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화 강세를 노리고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약세로 환차손이 우려되자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자 공포감 확산" vs "저가 매수세 나올 것"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에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어 단기간에 증시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가가 상당히 낮아진 상태지만, 앞으로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 상승, 무역 갈등 등 글로벌 불안 요인이 국내로 전이되면서 더 나빠질 여지가 남아 있다"며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 주가지수는 내년 기업 실적 감소 우려까지 미리 반영하고 있는 등 공포감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공포엔 내성이 생기겠지만 뚜렷한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 최소 1개월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겠으나, 이후로는 진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주가가 싸기 때문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