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가 정부에 3조원에 달하는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 완성차의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부품 업계의 공장 가동률과 매출 하락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신규 대출과 대출 만기 연장 등도 어려워지면서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22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3조원여의 긴급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회원사 250여개를 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 단체인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완성차 업체 1차 협력사 851곳을 대상으로 자금 수요를 조사했다. 설문 조사 결과,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대출금 상환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1조7000억여원에 달했고, 시설 투자비와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 총 3조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최근 기존 대출 상환 만기 연장이나 어음 할인 등을 거부하는 등 대출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자금난에 내몰린 부품 업체들이 돈을 갚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앞서 국내 상장된 자동차 부품사 82곳 중 반기 실적으로 적자를 기록한 업체는 2016년 상반기 10곳에서 올 상반기엔 25곳으로 2.5배가 늘어났다. 더 심각한 곳은 2, 3차 협력 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큰 1차 협력사들보다 더 사정이 딱한 곳은 금형 등을 맡고 있는 2, 3차 협력사들로 이들의 실태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이 같은 자동차 부품 업체의 요청을 전달하고 지원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는 조만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조선(造船) 기자재 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 등 관련 자동차·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부품 업체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대기아차의 한 2차 협력사 대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낼지 모르지만, 자동차 경쟁력, 생태계가 무너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자금 지원만으로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