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현(32) 씨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피커 SK텔레콤 ‘누구(NUGU)’를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다. SK텔레콤을 이용하면서 멜론 익스트리밍 서비스(모바일 전용)를 사용하던 김 씨는 누구와 연계해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에 들떴지만 막상 집에 설치 후 사용하는데 별도 이용권 구매가 필요해 실망했다. 김 씨는 "결과적으로 지금은 누구로 음악을 듣지 않고 기존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미니를 사용 중인 강현수(40) 씨는 다른 형태의 고민이 있다. 강 씨는 "KT를 이용하고 있어 지니 뮤직을 쓰다가 멜론으로 스트리밍 이용권을 바꿨는데 할인 혜택이 없어 이용료가 아깝다"며 "사실 집에서 듣는 음악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 중에 듣는 시간이 더 많은데 이용료를 줄이기 위해 다시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스피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 중 하나가 ‘음악 듣기’지만 스피커별로 연동되는 음악 서비스는 제한적이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 스피커를 제조하는 제조사의 자체 음악 서비스나 제휴 업체 서비스 하나만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스피커를 위한 별도 이용권 구매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왼쪽부터 KT의 ‘기가지니’, SK텔레콤의 ‘누구’,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네이버의 ‘프렌즈’.

국내 주요 스마트 스피커는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셋톱 겸용), 구글 홈,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미니 정도다. 모든 스피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없다. 멜론은 카카오 미니와 SK텔레콤 누구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할인을 받는 멜론 익스트리밍 이용권이나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은 이용이 제한된다. KT 기가지니는 지니뮤직, 구글 홈은 유튜브 프리미엄과 벅스뮤직과 연동된다. 네이버 웨이브, 프렌즈 등만 네이버 뮤직, 벅스뮤직, 지니뮤직과도 연동이 되 가장 유연성이 높다.

현재 시장 구조는 대부분 스마트 스피커를 하나 선택하면 1개 사업자의 서비스를 선택하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스피커를 사는 것보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이용료를 매달 지급해야 하는 구독 모델인 셈이다. 스마트 스피커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 스피커를 판다는 의미는 사실상 시장 점유율과 함께 음악 서비스, 동영상 서비스 사용자를 확대할 수 있고 검색 등 서비스 이용자도 확대할 수 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특히 네이버 뮤직 이용자 확대를 위해서 클로바 스피커를 앞세워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며 "사용자 중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복되게 사용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스피커를 내세워 이용권 구독을 유도하면 사용자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가 제한되기 때문에 스피커를 가지고 있어도 이용권 구매를 하지 않고 음악 듣는데 쓰지 않거나, 요금 할인을 포기하고서라도 음원 서비스를 변경하는 경우가 생기는 셈이다. 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출시된 스피커 음질이 기존 스피커 전문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구글 홈을 최근 구매한 백지윤(34) 씨는 "기존에 쓰던 고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쓰다가 구글 홈으로 음악을 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음질 차이가 너무 나서 별도 연동을 통해 기존 스피커로 음악을 듣게 했다"고 말했다.

클로바 미니언즈를 구매한 백세호(32) 씨는 "평소 음악을 즐겨듣고 미니언즈를 좋아하는 여자친구 선물로 사줬지만 음질 때문에 막상 음악은 듣지 않고 날씨 검색 등으로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 스피커로 음악을 듣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할 뿐더러, 서비스를 선택해 스피커를 이용하려 해도 음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최근 출시된 제품일수록 음질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점을 깨기 위해서 AI 생태계 전반을 개방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실상 소비자 선택폭에 제한을 두는 것이어서 국내 기업이 먼저 생태계 개방에 나서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이미 국내에 구글과 같은 해외업체가 제품을 출시하고 서비스에 나서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AI 개방이나 협력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