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도안동 A공인중개 사무소는 최근 1~2주 사이 갑자기 바빠졌다. 아파트를 사려는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사무소 대표는 "충남은 물론 서울에서도 매물을 보러 온다"면서 "갑자기 왜 집값이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멈춘 가운데, 그동안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대전·부천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갑자기 치솟고 있다. 유동자금이 규제 지역에서 이탈,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라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 때 두더지 잡기식 집값 규제 실패의 반복'이란 비판도 나온다. 다만 풍선효과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규제 없는 지역 아파트값이 오른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0월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5% 올랐다. 상승폭이 9·13 대책 이후 5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전국 상승률도 0.02%로 안정세다.

대전 아파트값이 돌연 급등했다. 지난주엔 0.04% 올랐는데, 이번 주엔 갑자기 0.43% 올라 17개 시·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구가 0.91% 올라 급등을 주도했다. 그동안 충청권 주택 수요가 세종시로 몰리면서 대전은 작년 한 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1%였고, 올해도 지난주까지 0.81% 오른 게 전부였다.

경기도에서는 부천시가 2주 연속 0.36%씩 올라 주간 상승률 1위였다. 부천은 올해 들어 9·13 대책 전까지 8개월여간 1.4% 올랐던 지역이다. 작년 한 해 0.01% 올랐던 용인시도 이번 주에만 0.24% 올랐고, 수원 팔달구도 8월 말까지 2.3% 올랐는데 이번 주에만 0.24% 올랐다. 청약 시장도 들썩인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19일 문을 연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에도 아침부터 대기 행렬이 생겨났다. 의정부 용현동 탑석센트럴자이는 모델하우스도 열기 전에 사무실로 하루에만 수백 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이들 지역 공통점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가 중과(重課)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도 집값의 60%까지 나오는 등 정부 대책과 무관하게 집을 사고팔 수 있는 지역이다. 분양권도 전매할 수 있다. 서울도 비슷하다. 25개 구 중 이번 주 상승률 상위 3개 구인 종로(0.15%)·금천(0.14%)·구로(0.13%)구는 모두 강남4구 같은 '투기지역'보다 한 단계 낮은 규제(투기과열지구)를 받고 있다.

"오래 못 가" vs. "결국 상승 재개"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로 설명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저금리 때문에 일단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고 투자처를 옮겨다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시절의 반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당시 강남을 규제하니 서울 나머지 지역 집값이 올랐고, 버블세븐을 규제하니 집값 상승이 수도권 전체로 번졌던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국회의원은 "당시 지방 집값 상승을 부추겼던 혁신도시 건설을 현 정부가 다시 들고나온 것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세가 멈춘 만큼, 풍선효과가 길게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규제지역을 돌던 돈이 다시 서울로 쏠리면서 집값 상승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