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물량 중 개인투자자 비중을 줄이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개인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17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에서 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을 높인다는 큰 틀의 정책만 수립했고 세부 이행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부 이행 계획으로 개인 물량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은 맞지만, 자본시장 혁신 정책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회의 의견이 있었던만큼 이해 당사자 의견을 수용해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했다.

앞서 금융위는 투자은행(IB)의 IPO(기업공개) 시장 내 책임성ㆍ자율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현행 법상 투자주체별 물량 배정 규정을 없애 기관 배정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렇게 되면 공모주식의 20% 이상인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르면 IPO 주관회사는 공모주식의 20% 이상을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는 우리사주조합(20%),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10%), 코스닥벤처펀드(30%)에 배정되며 잔여 물량은 기관에게 돌아간다. 이에 대해 그동안 기관들은 공모주 배정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조선DB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이 우량 공모주에 대한 투자 기회를 박탈해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는 '공모주 개인 배정 축소(폐지) 철회' 국민 청원이 올라왔으며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인 40여명의 개인투자자가 금융투자협회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청원을 게재한 한 개인 투자자는 "강제로 일반투자자의 공모주 배정분 20% 물량을 축소(폐지)하려는 시도는 국민경제 운용과 일자리 창출 및 서민의 생활안정, 부동산의 안정 등과 관련해 매우 부정적인 처사"라며 "특히 개인투자자의 자율적 행위를 부당하게 훼손해 국민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회가 금융위의 자본시장 혁신 방안 전반에 투자자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만큼, 향후 이뤄질 당정협의에서 공모주 물량 배정 관련한 정책 방향이 재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주 물량의 개인 비중(20%) 축소 방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일반 공모주 외에 코스닥벤처펀드와 같은 정부 정책 펀드 배정 물량에 한해 공모 주관사(기관)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26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종합 국정감사 이후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