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독일 브레멘에서 개막한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짐 브라이든스타인 미 항공우주국(NASA) 청장은 "미국 대통령의 공식 명령에 따라 달로의 귀환을 공식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부터 건설하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다른 나라 우주 기구는 물론, 민간 기업에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우주대회는 전 세계 60국 140여 기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우주 개발 행사이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대 인원인 6300여 명이 참여했다.

전 세계가 달과 화성의 심우주(深宇宙)를 탐사하는 새로운 우주 개발 시대로 돌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서명한 '우주정책 행정명령 1호'를 통해 1972년 이후 중단된 달 탐사를 재개하라고 지시했다. 지구 관측 중심의 기존 우주 개발은 민간에 넘기고 국가 우주 개발은 달과 화성 같은 미지의 우주 영역을 개척하는 데 집중하자는 계획이다. 대항해 시대처럼 우주 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을 이어 유럽·러시아·중국·인도·일본 등 다른 우주 선진국들도 잇따라 달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달은 심우주 탐사의 최적 기지

달이 새로운 우주 탐사의 무대가 된 것은 심우주 탐사의 전초 기지로 최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달은 중력이 약해 지구보다 훨씬 저렴하게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로켓은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연료가 무게의 90%를 차지한다. 달은 중력은 물론 대기도 없어 태양광발전 효율도 높다. 최근에는 얼음 상태의 물도 대량 발견됐다. 핵융합 원료인 헬륨도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지구와 달 사이 통신과 물자 전송 등이 이뤄지려면 엄청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며 "달 탐사에서 개발된 극한 기술들은 지구의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폴로 11호 우주인의 달 착륙 60주년이 되는 내년이 달 탐사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2019년 달 남극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겠다고 밝혔다. 달 남극은 최근 얼음 상태의 물이 대량으로 발견된 곳이다. 물은 우주인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면 로켓의 연료도 될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달 정거장 건설에 참여하는 한편, 2040년대 이후 달 유인(有人)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유럽은 달 기지인 문 빌리지(Moon Village)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달 토양을 재료 삼아 3D(입체) 프린터로 기지를 건설하고 작물도 재배한다는 계획이다. 얀 뵈르너 유럽우주기구(ESA) 국장은 "문 빌리지는 달 탐사뿐 아니라 달 관광, 제조 등 모든 활동을 하나로 모으는 형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지구에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달 반대편을 탐사할 창이 4호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내년에는 달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올 창이 5·6호를 잇따라 발사한다. 인도는 내년 1~3월 달 착륙선을 탑재한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한다. 이스라엘도 내년 2월 달 탐사선을 착륙시킬 계획이다.

과거 우주 개발과 달리 국가 간 협력도 활발하다. 브라이든스타인 NASA 청장은 이번 대회에서 "과거 달 탐사가 미국 독자적으로 진행됐다면 새로운 달 탐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정부 간 국제 협력은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망라하는 국제 상용화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달 정거장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유럽, 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이 모두 참여할 전망이다. 특히 우주 개발에서 미국과 대립하던 중국 역시 이번 우주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달 정거장 등 모든 우주 개발에서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퇴보하고 있는 달 탐사

하지만 우리나라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퇴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 수립한 '우주 개발 세부 실천 로드맵'은 2025년까지 달에 우리가 제작한 탐사선을 보내기로 했다.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이 계획을 5년 앞당기겠다고 했다. 당시 독자 기술로 로켓을 발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정을 과도하게 앞당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대로 이번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달 탐사 계획을 "기술력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계획"이라며 달 궤도선은 2020년, 착륙선은 2030년으로 연기됐다. 한 우주과학 전공 교수는 "전 정부가 달 탐사 일정을 무리하게 당긴 것도 문제였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상당 부분 기술을 확보한 사업을 아예 무산시키는 것은 더 큰 낭비"라며 "우리나라는 우주 개발 규모도 작은데 정책마저 오락가락하니 기술을 축적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