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을 총 동원한 단기 일자리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일부 대기업이 진행하는 '협력사 채용박람회'도 정부에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 SK(034730)그룹, 신세계(004170)그룹 등은 정기적으로 협력사 채용 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일부 기업은 협력사 채용 실적을 부풀리고 협력사에 행사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다음 달 28일 울산에서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을 진행한다. SK그룹은 올해 5월 서울 동대문에서 그룹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개최했고,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과 5월에 안산, 울산, 광주, 대구, 창원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진행했다. 신세계그룹은 3월 서울 코엑스에서 협력사와 함께 '열린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5월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권기홍(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최광철(앞줄 오른쪽 여섯번째) SK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주최하는 협력사 채용박람회 행사장엔 일반 참가자 외에 고용노동부 장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측 관계자와 기업의 경영진들도 참석한다. 대기업들은 박람회에 수십~수백개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협력업체들이 수백명씩 채용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채용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개최한 협력사 채용박람회의 채용규모가 수백명이라고 밝힌 한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규모는 협력업체가 밝힌 목표치"라며 "실제 몇명이나 채용됐는지는 따로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들은 박람회 개최 1~2개월 전에 몇명을 채용할지 협력업체와 협의한다. 국내 4대 그룹에 속하는 한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대기업이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면 채용 인원을 몇명으로 할지 미리 협의한다. 채용 인원이 적으면 (대기업이) 더 달라고 요청해 '올해는 이 정도 수준으로 하자'고 미리 정한다"고 밝혔다.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취업 준비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열리지만, 일부는 기업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의 '사진 찍기용' 행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4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김영주(왼쪽 세번째)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윤여철(왼쪽 네번째) 현대차 부회장, 권기홍(왼쪽 다섯번째)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주최하는 대기업들은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우니 대기업이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들은 협력사 채용 실적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부에 제출한다.

그러나 일부 협력업체들은 이런 행사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체 행사장 대관료는 대기업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행사장 안에 설치된 기업 부스는 협력업체가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설치해야 한다. 또 약 1~2개월을 행사 준비에 매달려야 해 인력 낭비도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행사를 할 때 협력업체에서 인력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대관은 물론 부스 설치 등 모든 비용은 신세계에서 부담한다. 협력업체 담당자에 식사도 제공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한 대기업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박람회를 통해 채용하는 인력은 사실상 거의 없다. 행사장에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협력업체 직원들이 강제로 동원되고 정 안되면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야 할 정도"라며 "개별 기업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