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출소한 지 1주일여가 지났다. 신 회장이 경영 복귀와 동시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미완의 지주사'에 불과했던 롯데지주(004990)내에 화학부문과 호텔·면세 부문까지 편입하면서 신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그룹 핵심인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011170)지분 중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386만3734주 총 796만 5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매입금액은 약 2조원이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기업어음 5000억원, 금융기관 차입금 1조8000억원 등 총 2조3000억원 규모를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51개사를 편입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의 지분 13.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롯데지주 산하 계열사를 확고히 지배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양대축으로 한 과도기 상태다.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의 경우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었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9%의 지분을 보유해 지배구조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일본롯데 산하 호텔롯데는 상황이 다르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옥상옥 구조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아직 미완성인 이유다. 롯데지주는 화학계열사와 호텔 및 관광 계열사를 편입하기 전까진 유통, 식품 계열사만을 품은 ‘미완의 지주사’에 불과했던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유통·식품 중심이던 롯데그룹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2013년말 기준 롯데그룹내 이익기여도가 22%에 불과했지만 현재(작년말 기준) 54%로 그룹 절반 이상의 이익이 롯데케미칼 등 화학부문에서 나온다. 반면 같은기간 유통부문은 48%에서 26%로 이익기여도가 축소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지주사가 출범하면서 (케미칼 자회사 편입이) 사실은 올 상반기에 이뤄졌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신 회장님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동안의 계획들을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번 롯데케미칼 지주사 편입과 함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를 추진해 왔지만 경영권 분쟁, 국정농단 사건 등과 맞물리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신 회장의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은 일본 롯데를 통해 우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를 통한 우회 지배 속에서도 '뉴 롯데'의 청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

롯데지주는 IPO 과정에서 일부 구주를 사들여 호텔롯데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롯데지주 산하에 그룹의 핵심인 화학분야, 호텔·면세 분야까지 편입돼 기존 유통·식품에 더해 롯데지주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케미칼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금융권 차입금과 기업어음을 통해 조달했다. 금융사(롯데카드·캐피탈)를 제3자 매각 방식으로 매각하면 2조3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이는 쉽지 않다. 롯데 입장에서도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롯데카드 제3자 매각카드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시 구주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비상장사를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지알에스, 롯데시네마, 롯데렌탈, 롯데건설 등이 거론된다.

특히 롯데시네마는 원래 롯데쇼핑내 사업부문으로 소속된 상장사였다가 최근 법인 분사를 통해 비상장사가 됐다. ‘신과함께’ 흥행과 함께 상장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규모 확장을 위해 한국미니스톱 인수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규모를 키운 상태에서 경쟁사인 BGF리테일(282330), GS리테일(007070)처럼 상장하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차입보다는 IPO 등을 통해 자금조달 방법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롯데시네마 등은 이미 상장사였다가 비상장사가 된 것이기 때문에 재상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