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제 수장들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점진적 추진해야"

G20(주요 20개국) 경제 수장들이 글로벌 무역 갈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신흥국의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주요국 간 관세 장벽이 높아져 글로벌 무역 마찰이 본격화하면 세계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이에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국제 협력 및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에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선진국 통화 정책 정상화는 세계 금융 시장 불안이 심화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1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현지시각)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인도네시아 발리 BNDC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 하방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마지막 재무장관회의다. G20 국가 및 스페인 칠레, 네덜란드 등 초청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석해 주요 의제를 나눴다.

G20 경제 수장들은 우선 현재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글로벌 무역 마찰 △주요 선진국의 통화 정책 정상화 △신흥국 자본유출을 꼽았다. 최근 주요국 간 관세 장벽이 커지는 등 무역 마찰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IMF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7월 세계 경제 성장률은 3.9%였지만, 이달 들어 3.7%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체계를 구축하고 소통에 기반한 정책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 경제 수장들은 무역마찰은 정책 불확실성을 확대해 국제 투자 및 무역,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IMF의 진단에 동의했다. 또 정확한 규범에 맞춰 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혁하는 등 국제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급격한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금융 시장 불안이 심화하지 않도록 G20이 소통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신흥국 금융 불안과 무역 마찰 등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증상 치유’보다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단기적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경제의 취약성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관점에서 위험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각국이 정부·민간 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통상 마찰로 인한 부작용이 과거보다 크고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외적으로 국가간 통상 갈등이 원만하고 질서있게 조율되도록 상호 협력하고 대내적으로는 경제 포용성을 높여 성장의 과실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20 경제 수장들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해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는 데 대해 국제금융 협력 체제를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을 중심으로 IMF가 충분한 대출 재원을 보유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저소득국 부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채권국과 채무국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 G20 경제 수장들은 민간자본의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이행 과제도 점검했다. 민간과 공공부문 간 정보 격차 완화를 위해 글로벌 공개 인프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또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민간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아프리카 협약’ 추진 상황도 점검하고, 민간 투자자 간 네트워크 구축, G20 국가들의 모범사례 공유 등을 통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11월 30일~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