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부근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쳤다. 중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 돈을 내면 15%를 상품권으로 돌려주고, 5만원 넘게 결제하면 5000원을 깎아줬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제한됐던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올해 재개되면서 '큰손'이기로 이름난 중국 관광객을 끌기 위한 '당근' 차원이었다. 그 결과 중국인 관광객은 이 연휴 동안 전년보다 30%가 늘어난 약 100억원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썼다. 롯데백화점은 "알리페이 결제액이 지난해의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의 한국 방문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유커(遊客)'의 한국 방문 길이 다시 열리면서 중국 국경절(건국 기념일) 연휴 기간 알리페이 결제액 순위 1위 상권에 서울 명동이 올랐다. 알리페이는 마윈(馬雲)이 세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서 출발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약 7억명이 쓴다. 250여 개 비(非)중국 금융회사와 제휴를 맺어 27개 나라 통화로 결제할 수 있다.

알리페이 쓰는 유커, 명동 선호… 씀씀이도 커

알리페이의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국경절 연휴 기간 홍콩이나 일본 도쿄(東京) 등 해외 주요 상권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결제액이 90% 늘어난 서울 명동에서의 쇼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라고 10일 전했다. 명동 일대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롯데·신세계백화점과 화장품·패션 및 한류 스타 관련 매장이 많은 지역이다. 알리페이와 함께 비슷한 휴대폰 결제 앱인 위챗페이를 도입하는 가게가 최근 많이 늘어난 상권이기도 하다.

명동을 찾은 유커들은 다른 지역 관광객보다 씀씀이도 컸다. 연휴 기간 전 세계 중국인 관광객은 알리페이로 평균 1979위안(약 32만4000원)을 썼는데 명동에선 평균보다 72%가 더 많은 3396위안(약 55만6000원)을 결제했다. 한국 전체의 평균 결제액은 3320위안으로 세계 9위였다.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이 가장 큰 나라는 관광객 한 명이 8764위안을 쓴 덴마크였다. 결제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지난 한 해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이 대폭 확대된 유럽 국가들이었다. 스위스에서의 결제액은 27배 수준으로 늘었고 스페인은 14배, 노르웨이는 10배로 불어났다.

국경절 알리페이 쇼핑, 여성과 20~30대가 주도

이 기간 알리페이 결제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홍콩이었다. 태국·대만·일본이 뒤를 이었고 한국은 지난해 5위였다가 올해 4위로 올라섰다. 정형권 알리바바그룹 한국 총괄 대표는 "중국인 방문자들이 한국에서 더 편하게 알리페이를 쓸 수 있도록 맛집·관광지·대중교통 등으로 결제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경절 연휴 '알리페이 쇼핑'의 전체 규모는 지난해의 2.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여성과 20~30대가 소비를 주도했다고 알리페이는 전했다. 해외 알리페이 결제자 중 여성 비율이 남성의 약 200%였고, 1970~1990년대생이 전체 사용자의 대부분(96%)을 차지했다.

한편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분석 결과 국경절 기간 중국 입국자 수는 8만5588명으로 지난해(6만2855명)보다 36%가 증가했다. 사드 갈등으로 국경절 유커 수가 줄기 전인 2016년(8만837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