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원화'에 저가 항공 등 저렴한 여행 수단이 겹치면서 한국인이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32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추경호 의원실에 제출한 국감 자료를 통해 지난해 한국인의 나라 밖 지출이 32조2220억원으로 전년보다 9.3%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외 지출엔 해외 직구(다른 나라 온라인 쇼핑몰 이용)나 출장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경비로 쓴 돈이다. 올해도 일본 엔저(低) 등으로 해외여행 하기 좋은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나라 밖에서 쓰는 돈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인의 국외 소비는 국내 소비(2017년 759조8960억원)의 4.2% 정도로 수준만 놓고 보면 지나치게 많지는 않다. 그러나 증가 속도는 소득이나 국내 소비를 훨씬 뛰어넘어 내수 침체와 고용 부진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계의 처분 가능 소득은 14.0%, 국내 소비는 10.2% 늘어난 반면 국외 소비는 39.4%가 불어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 국외 소비 증가 요인으로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과 저비용 항공 노선의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저비용 항공 이용자는 전체의 38%를 차지하며 국외 여행 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원화 가치(환율 하락)까지 올라가 같은 돈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해외여행의 매력이 늘어났다.

지난해 초 달러당 1208원이었던 달러 환율은 연말 1071원으로 11% 하락했다. 엔화 환율도 지난해 100엔당 1036.8원에서 연말 949.1원으로 꾸준히 미끄러졌다.

올해도 달러 및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외 여행 지출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월 1030원까지 반등했던 엔화 환율은 다시 99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일본 여행의 가성비가 좋아지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인구 14억명인 중국(580만명)보다 약간 적은 522만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