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50km 떨어진 알체나우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 경주용차 특유의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가 워크숍(차량을 정비하는 공간)에 울려 퍼졌다.

상암축구장 면적의 2.5배 수준인 총 1만6000㎡ 크기의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는 엔진 제작, 작동테스트, 경주 운영 부서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30개국 250여명으로 구성된 현대차 모터스포츠의 요람이다.

현대차의 핵심 기술이 모여 있는 이곳은 출입부터 보완을 철저히 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스티커로 모두 가리고,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 비표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한국 기자들을 만난 스테판 헨리히(Stefan Henrich) 마케팅담당은 "우승에 매우 가깝다(Very close)"는 말을 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현대자동차의 '현대 쉘 모비스 WRT' 팀은 현재 2위에 올라 있다.

◇ 현대차 "WRC 우승 노린다"

WRC는 F1과 함께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자동차 경주대회. 시속 300㎞ 이상의 초고속으로 서킷을 달리는 F1과 달리 WRC는 11개월간 전 세계 13개국에서 아스팔드와 자갈길, 눈길, 산길을 달리는 극한의 모터스포츠다. 헨리히 담당은 "우리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모터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기술자들이 i30 TCR을 만들고 있다.

현재 현대차(279점)는 최대 380마력의 힘을 내는 전륜구동 i20 WRC로 현재 도요타 가주(Gazoo) 레이싱팀(284점)와 5점 차이로 1위를 다투고 있다.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사상 처음으로 시즌 종합 1위를 목표로 9차 대회까지 순항하던 중 10차 대회에서 5점차의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 대회만으로도 10~20점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3개 대회에서 언제든 재역전이 가능하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첫 시즌인 2014년에는 총 8개 팀 중 4위를 시작으로 2015 시즌은 3위, 2016 시즌과 2017시즌 2연속 2위에 오르는 등 해마다 발전된 성적을 거둬왔던 만큼, 올해는 반드시 종합 우승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스테판 담당은 "(총 13차 중) 3개 라운드가 남았고 한 경기에서 20점씩 벌어지곤 한다"며 "우리는 1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 i30 TCR, 일주일에 한대밖에 못 만들어

한국 언론에 최초 공개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의 핵심은 엔진제작소다. 은색 특수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엔진 두개가 일일이 손으로 제작되고 있었다. 엔진 가격은 2억원. 황인구 엔진담당 연구원은 "부품을 일일이 주문해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든 엔진"이라며 "WRC에 나서는 레이싱 카들의 엔진 가운데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으로 들어서자 i20와 i30 차체들이 리프트 위에서 조립되고 있었다. 작업자들이 이들 차량의 하부에 들어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자동차를 제작한다. 이 워크숍은 남양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경주용차 개발은 물론 양산형고성능차 개발을 진행하는 곳이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 제작되는 경주용차량.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2014년부터 5년째 참가하는 WRC를 통해 꾸준히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들을 남양연구소 고성능차개발센터에 전달해 왔다. 남양연구소는 기본차에서 유지해야 하는 부서에서 추가로 필요한 기술들을 위주로 연구하고,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는 기본차를 모터스포츠에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는 그 동안 쌓아온 데이터와 결과물을 가지고 세부적인 설계를 진행하고 경기에 출전하면서 대회 결과물들을 남양연구소와 지속적으로 공유해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차는 WRC 경기에 뛰는 i20과 월드투어링카컵(WTCR)에 나갈 목적으로 팔리는 i30 TCR이다. 가격은 각각 약 3억6000만원, 2억원 가량이다. 제작 담당 직원들은 바코드가 일일이 적힌 부품을 차체에 적용하고 인근 서킷과 실제 도로에서 주행한 뒤 다시 보완해서 고성능 차를 만든다.

현재 i30 TCR을 구입해 WTCR에 참가한 BRC레이싱팀과 이반뮐러(Yvan Muller) 레이싱팀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휩쓰는 중이다. 우수한 성능을 확인한 전 세계 모터스포츠팀이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 차량을 구입을 희망하고 있다. 일일이 수제작하는 i30 TCR은 일주일에 한 대만 만들 수 있다.

장지하 커스터머레이싱 담당은 "전 세계에서 40여개 팀이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며 "지금 주문해도 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경주용차 기술 양산차에 접목

현대모터스포츠차의 기술은 경주용차의 성능 향상을 위한 협업은 물론 양산차의 주행성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모터스포츠 관계자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전된 레이싱 차량 엔진 기술은 양산차 개발 과정에서 녹아들어간다"고 말했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전경.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현대차 전체 판매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WRC에서 성적을 내면 곧바로 브랜드 인지도가 오른다. 덕분에 일반 양산 고성능 차의 판매량도 질주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 지난해 내놓은 i30 N의 경우 8월 기준 3777대가 팔려 연간 판매목표(2800대)를 넘어서 두 배인 약 6000대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i30 TCR은 유럽에서 판매하는 i30 N을 기반으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유럽 판매 전체 실적도 매년 사상 최대를 보이고 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초로 유럽 시장에서 연간 판매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BMW, 벤츠, 아우디 등 전통의 독일 브랜드들이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유럽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은 뛰어난 상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