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생기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력구입비에 전기요금을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했지만, 한전은 전력구입비 증가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2015년과 2016년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인 탓에 전력구입비가 급증하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대로라면 전력구입비 연동제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7월 컨설팅회사인 에이티커니코리아와 삼일회계법인에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맡겼으며 최근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정부의 중장기 목표 중 하나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인데,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대규모 투자를 유발해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력 시장 변화에 따른 원가 변동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 한전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이는 공기업 재무 건전성 확보라는 정부의 또 다른 목표와 상충하기 때문에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연료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 정책 비용까지 포함하는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0조원을 들여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 한 해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2조615억원이었다. 이 보조금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의 일부다.

보고서는 탈석탄·탈원전으로 전력구입비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한전의 재무 안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로 석탄과 원전 발전 비중은 감소하고, 가격 변동성이 큰 LNG 발전 비중이 커져 전력구입비 예측 가능성이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한전의 재무 안정성도 나빠져 향후 송·배전 증설 등 전력 정책 수행에 필요한 투자 재원 조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LNG 정산단가는 작년 7월 1kWh당 108.8원에서 올해 7월 122.3원으로 12% 올랐다.

곽 의원은 "이번 용역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담과 한전 적자를 전기요금 인상으로 환수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정부의 말이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