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준 교수팀,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흉곽재건술 성공

의료 영역에서 3차원(3D)프린팅을 적용한 다양한 수술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흉곽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해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중앙대학교병원은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팀이 지난달 19일 흉곽을 침범한 악성 종양인 육종 환자의 흉골과 늑골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순수 티타늄 소재의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인공 흉골과 늑골을 이식해 흉곽을 재건하는데 성공해 현재 환자는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보이며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팀이 3D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인공 흉곽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3D프린팅 인공 흉곽 이식을 받은 환자는 55세 남성으로, 흉골 및 늑골에 악성종양인 육종이 생겨 광범위한 가슴뼈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존의 골 시멘트 등을 이용한 재건 수술 방법으로는 환자 흉부에 정확히 맞는 흉곽을 만들기가 어려운데다, 광범위한 재건으로 인해 소재도 무거워 수술 후 흉부의 불편감과 호흡 곤란, 세균 감염 위험이 우려됐다.

이 환자는 3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부분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 종양이 작아지고 새로운 병변이 없는 상태를 보이는 듯하다 수술 1주일 전부터 급격히 종양이 다시 커졌다. 흉곽 절제·이식 수술을 못할 경우 기대수명이 6개월 이하로 수술이 시급했다.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와 김한구 성형외과 교수를 비롯한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의료진은 다학제 진료로 해법 모색에 나섰다.

환자 병변의 컴퓨터 단층촬영을 바탕으로 절제수술 범위와 가슴뼈 재건 범위를 결정한 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건희 연구팀과 협의해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재건 범위에 적합한 인공 가슴뼈를 디자인했다.

박병준 교수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삼차원 프린팅 공정 기술을 이용해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실제 인체의 골구조보다 단단하지만 무게 190g의 가볍고 흉부 압박을 해도 부러지지 않는 탄성을 가진 ‘순수 티타늄’ 소재의 환자 맞춤형 인공 흉곽을 제작해 안정성과 기능성을 확보했다.

이후 식약처가 지정한 생물학적 안정성 시험과 강도 및 인장도 시험을 거쳐 중앙대병원 임상시험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다.

이번 3D프린팅 흉골 이식 수술은 국제적으로 소수의 유명 병원에서만 성공한 이식술로, 국내에서는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팀이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는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영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6번째로 수술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이번 3D프린팅 인공 흉곽은 가로 286mm, 세로 172mm로 세계 최대의 맞춤형 인공 흉곽으로 제작돼 기존 해외에서 시도된 3D프린팅 흉골 이식과 비교해 수술 범위가 가장 넓고 난이도가 높은 이식술이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후 환자의 회복도 좋아 안전성과 효율성에 있어 긍정적인 수술로 평가되고 있다.

박병준 교수는 "골 시멘트나 티타늄 막대 등을 이용한 기존의 흉곽 성형술은 환자에게 꼭 맞는 모양을 만들기 어려우며 무게가 무거워 수술 후 흉부불편감과 호흡곤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번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물 반응이나 세균 감염 위험이 크다"며 "이번 티타늄 소재의 3D 프린팅 흉곽은 기존 인공 소재보다 가벼우면서도 환자의 가슴에 꼭 맞게 개별 제작해 정밀성과 강도를 높여 수술 후 감염 및 합병증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병원은 2016년 3D 프린팅 두개골 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3D 프린팅 인공턱과 광대뼈 재건 수술을 잇달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등 3D 프린팅을 활용한 수술 및 치료에 있어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