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레이저를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에서 생명과학과 우주 연구의 수단으로까지 발전시킨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왼쪽부터)아서 애슈킨, 제라르 무루, 도나 스트리클런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2일(현지 시각) 20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아서 애슈킨(96) 미국 벨연구소 박사, 제라르 무루(74)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59)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레이저를 이용해 극도로 작은 물질로 이뤄진 미시 세계를 이해하는 길을 개척했다"며 "레이저 공학에서 파생된 기술들은 물리학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와 의료 분야에서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애슈킨 박사는 2002년 당시 90세 나이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레오니트 후르비치(미국)를 제치고 역대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1903년 마리 퀴리(프랑스), 1963년 마리아 거트루드 메이어(미국) 이후 55년 만에 물리학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가 됐다.

애슈킨 박사는 1970년 강한 에너지를 가진 레이저로 원자(原子)와 같은 미세 입자를 붙잡을 수 있는 '광학 집게'를 개발했다. 원자나 분자는 매우 작아서 관찰이 어려울 뿐 아니라 조작하기도 쉽지 않다. 애슈킨 박사가 개발한 광학 집게는 핀셋으로 구슬을 집듯 원자를 마음대로 붙잡을 수 있어 원자 간 결합 에너지를 측정하거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구조를 연구하는 데 널리 이용됐다. 예를 들어 DNA 양쪽 끝에 매우 작은 입자를 부착한 뒤, 이 입자들을 광학 집게로 붙잡아 용수철처럼 늘였다가 줄임으로써 DNA 이중나선의 탄성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무루 교수와 그의 제자인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적은 에너지로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저의 출력은 빛을 발사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강해진다. 두 교수는 레이저를 펨토(1000조분의 1) 초의 매우 짧은 시간에 발사하는 방식으로 출력을 높였다. 현재 이 기술은 원자의 성질이나 우주 초기 상태를 연구하는 가속기 물리학 분야와 안구를 깎아 시력을 교정하는 라식 수술 같은 의료 분야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올해 수상자들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뿐 아니라 의료와 생활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레이저 공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