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아삭한 김치맛 비결은 바로 '유산균 과학'입니다."

국내 1위 포장 김치 브랜드 종가집을 만드는 대상에서 16년째 김치를 연구하는 류병희 신선연구1팀장은 "상품으로 팔리는 포장 김치의 생명은 언제나 일정한 맛과 식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3년 대상에 입사한 류 팀장은 '유산균'을 전공한 식품생명공학 박사다. 석사·박사 기간 6년을 합하면 총 22년째 유산균을 연구하는 셈이다. 사내 별명은 '유산균과 결혼한 여자'다.

대상의 류병희 신선연구1팀장은“시원하고 아삭한 김치맛의 비결은‘유산균 과학’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류 팀장은 식품공학 석·박사급 연구원 9명과 함께 대상에서 생산하는 포장 김치 21종의 개발을 맡고 있다. 상품은 물론 김치의 맛·발효 속도와 관련한 '김치 유산균'도 개발한다. 그는 "일반 김치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보통 14일 만에 익는데, 13~14일 차에는 날카로운 신맛이 날 정도로 익어 먹기 어려워진다"며 "이때 발효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바로 '김치 유산균'"이라고 말했다.

류 팀장은 지난해 대학들과 함께 김치의 발효 속도를 조절하고 청량감을 높여주는 새로운 김치 유산균을 개발했다. 김치를 서서히 익게 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식(可食) 기간'을 2배로 늘려주는 기능을 한다. 김치가 익을 때 나오는 가스로 포장 봉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도 줄였다. 류 팀장은 "이 김치 유산균에 '종가집 김치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미생물 분야 저명 학술지인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에 관련 내용이 실렸다"고 했다. 종가집이 보유한 유산균 관련 특허 22건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계절마다 1~2주씩 배추·열무 등 김치 재료를 보러 산지를 돌아다니는 것도 류 팀장의 주요 업무다. 그는 "밭에서 직접 배추와 열무의 작황을 보고, 직접 캐서 만져 봐야 상품 김치에 알맞은 재료를 고를 수 있다"며 "한 일주일 산지를 돌면 손톱 밑이 새카매진다"고 했다. 연구를 위해 한 포기에 2.5~3㎏ 하는 포기김치를 1년에 200포기씩 담그는 것도 그의 일이다. 류 팀장은 "모두 김치를 맛있게 만드는 일이라서, 힘든 것 모르고 일한다"고 했다. 류 팀장의 목표는 김치 소비가 적은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빵·피자 등 서구 음식과 어울리는 샐러드 같은 김치나 '단짠(달고 짠) 김치' 같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