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운전하는 재미가 없다." "내연기관차 특유의 엔진음과 변속감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전기차가 구현하지 못한다."

전기차에 대한 이런 소문은 사실일까. 다른건 몰라도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은 내연기관차를 압도한다. 초반 가속력이 압도적으로 좋아 살짝만 밟아도 앞차 뒤꽁무니에 바로 달라붙는다.

운전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해야 한다. 그러나 수동변속기 차량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자동변속기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운전의 재미보다는 편리함이 우선이다. '그릉'거리는 엔진음과 경쾌한 변속감도 시대가 변하면 옛 추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볼트 EV 정면 모습. 꽉 막힌 그릴이 눈에 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20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390만대를 기록하고 2030년에는 210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1년에 약 1억대의 자동차가 팔리고 있다. 이중 20%가량이 전기차로 판매될 것이란 얘기다.

전기차 대중화를 이끄는 볼트EV를 타봤다. 볼트EV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북미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차로 국내 판매된다. 한 번 충전으로 383㎞를 달릴 수 있는 60㎾h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모터 최대 출력은 206마력(150㎾), 최대 토크는 36.7㎏·m다. 복합 연비는 1㎾h당 5.5㎞(도심 6.0㎞/㎾h, 고속도로 5.1㎞/㎾h)를 달린다.

이차를 타고 수도권 지역 왕복 약 300km를 주행했다. 주행과정에서 완속충전기와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충전을 했다.

◆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과 정숙성 탁월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 둘!.'

국내에서 유명한 배터리 회사의 마스코트인 지치지 않는 '백만돌이' 등에 탄 느낌이랄까. 꾸준하게 잘 달리고, 힘도 좋다. 한국GM의 볼트 EV를 하루 동안 타보고 든 느낌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일반 내연기관차와 겉모습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꽉 막힌 그릴이 처음 보면 좀 어색한 정도다. 처음 볼트EV를 보면 전고가 높고, 전장은 짧아 보여 잘 달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볼트EV 옆모습. 소형SUV와 크기가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시트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가속력은 여느 전기차처럼 빠르고 뛰어나다. 가속할 때 '윙'하는 소리가 들리는 정도인데, 쭉 뻗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때 느낌은 스포츠카를 연상될 정도다. 시속 140~150㎞에 도달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뒷머리가 확 젖혀진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감은 탁월했다. 시내 구간을 달릴 때는 시동이 걸렸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행 소음이 없었다. 시내 구간은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진다. 운전하며 멈춰서기를 반복하자 10km를 주행해도 주행가능거리가 3km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볼트EV 주행모습.

통상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탑재하는 전기차 고유의 설계 구조 덕분인지 코너링 때 안정성도 나쁘지 않았다. 무거운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볼트EV가 일반 세단과 다른 점은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실상 브레이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볼트 EV는 주행 중 에너지를 충전하는 두 가지의 회생제동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하나는 스티어링휠 왼쪽에 달린 패드를 누르는 방식(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이고 다른 하나는 기어를 조정(L모드)하는 방식이다.

주행 중 스티어링휠 왼쪽의 패들을 당기면 속도가 줄어들면서 에너지가 저장된다. 또 기어를 L모드에 두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속도가 줄면서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난다.

◆ 의외로 넓은 실내 공간...안전장치 대거 탑재

작아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실내공간은 의외로 넓다. 볼트EV의 전장은 4165mm, 전폭 1765mm, 전고는 1610mm이다. 2열 바닥은 센터터널이 없어 평평하다. 뒷좌석에서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지만, 키가 큰 사람이라면 무릎이 공간이 부족해 불편할 수 있다.

트렁크는 요즘 출시된 해치백이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처럼 활용성이 좋다. 뒷좌석 앞으로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공간을 늘릴 수 있어 큰 짐도 실을 수 있다.

볼트EV 실내 모습. 10.2인치 터치스크린이 눈의 띈다.

이 차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10.2인치 터치스크린를 기본 사양으로 제공한다. 또 차선이탈경고,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저속자동긴급제동시스템, 전방보행자감지 및 제동시스템, 스마트하이빔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탑재됐다.

타이어에 구멍이 생기더라도 타이어 내부에 도포된 실링제가 자동으로 손상을 메워 공기의 누출을 막는 미쉐린의 셀프-실링 타이어를 장착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 에너지효율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큰 터치스크린 화면에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는 것은 단점 중 하나다.

◆ 주행거리 줄어들면 초조...충전 이외에는 단점 없어

볼트EV는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열어준 첫 모델이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383km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승을 위해 이 차를 처음 받았을 당시 주행거리가 약 320km 정도 남아있었다. 이 상태에서 서울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왕복 약 180km를 주행하고 나니, 주행거리가 약 80km가량 남았다. 에어컨을 켜고 운전한데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니, 주행거리가 예상(140km)보다 60km가량 짧아진 것이다.

급속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는 모습.

운전 과정에서는 주행거리가 100km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충분했지만, 내부순환로에서 나와 서울 시내 충전소에 들러 직접 충전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 전기차 충전앱을 켜보니 인근 서대문구청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다. 서대문구청에 가보니 급속충전기는 다른 차가 충전하고 있었고, 완속충전기만 남아 있었다. 차량 앞쪽에 플러그를 꼽는 곳을 열고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 약 3시간 가량 충전했다.

구청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 현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초 25% 정도 남았던 배터리 잔량이 3시간 뒤에 보니 55%로 늘었다. 비어 있는 급속 충전기를 이용해 15분정도 충전을 하니 80%까지 충전이 완료됐다. 완속 충전기는 100%까지 충전되지만, 급속 충전기는 80%까지 충전이 되다가 멈춘다. 현재 공공기관 전기차 충전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마트나 유로 충전소에서 충전할 경우 완속 충전기는 4200원, 급속 충전기는 80%까지 1만 400원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사실 충전을 빼면 전기차라서 불편한 점은 거의 없었다. 엔진음이 없다보니 보행자들이 차가 지나가도 잘 피하지 않는다는 정도다. 충전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차 보급대수가 적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유지도 편하다. 전기차는 타이어나 에어컨필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일상 정비가 없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전기차 시대는 아직은 이르다. 당분간 내연기관차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기차를 한 번 타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떠나가는 연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심정이 아닌가 싶다. 싫든 좋든 전기차 시대는 바짝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