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50대 중반의 A씨는 올해 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그는 암 진단을 받은 후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수술 후에는 통원하며 약물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체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몸 상태가 나빠져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B보험사의 암 보험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암 수술 보험금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요양병원에서 암 치료를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분쟁 조정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A씨의 조정 신청에 대해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암 치료를 계속 받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입원한 사례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결론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출시되는 암 보험 상품에 대해 약관에 암 입원 보험금 지급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이런 분쟁 사례를 줄이겠다고 27일 밝혔다. 암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은 올해 상반기에만 금감원에 1013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다.

현재 암 보험 상품 약관에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직접 치료'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소비자원,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보험업계 등의 의견을 반영한 암 보험 약관 구체화 방안을 이날 내놨다.

다만 새 기준은 내년부터 판매되는 상품에 대해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기존 암 보험 상품 가입자들은 보험사와 분쟁이 생겼을 때 금감원 분쟁조정위에 조정 신청을 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암 보험 가입 때 '직접 치료' 범위 잘 살펴야

소비자들이 앞으로 암 보험 가입 때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부분은 '직접 치료'의 범위다.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최근까지 일어난 각종 분쟁 사례와 법원 판결 등을 감안해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암을 제거하거나 암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로,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효과도 입증된 것'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암 입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항목도 ▲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치료 ▲수술·방사선·화학치료를 병합한 복합치료 ▲ 호스피스 등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치료 등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반면 면역력 강화 치료, 암 혹은 암 치료로 발생한 후유증·합병증을 치료하는 경우, 식이요법이나 명상요법 등 의학적으로 안전하거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면역치료나 후유증·합병증 치료도 암을 직접 치료하는 데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거나, 직접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게 인정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입원은 별도 항목 살펴야

암 보험금과 관련, 가장 분쟁이 많은 요양병원 입원비도 내년부터는 '암 직접 치료' 여부를 따지지 않고 쉽게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는 내년부터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한 별도 특약을 만들거나, 요양병원 입원비를 암 보험 상품의 기본 보장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소비자가 이 특약에 가입하거나 요양병원 입원비를 기본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했다면, 암 진단을 받은 후 합병증·후유증을 치료하거나 요양을 위해 입원했을 때 입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종전처럼 암을 직접 치료하는 경우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크게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요양병원 입원비 특약 등이 생기면 암 보험금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분쟁 조정을 통해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런 요소가 보험료 산출에 반영돼 있어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