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6·사진)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세금 탈루에 대해 국세청이 증여세 2126억원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해 낸 소송이 내달 개시된다.

27일 법조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4부(재판장 조미연)는 오는 10월 26일 오전 10시반 B203호 법정에서 신 명예회장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5월 9일 서울행정법원에 종로세무서가 부과한 증여세 2126억원에 대한 불복 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지난 2016년 롯데 경영비리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롯데홀딩스 주식 증여를 발견했다. 신 명예회장은 2003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서씨와 딸 신유미씨 소유의 경유물산에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세금은 당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신 명예회장을 대신해 아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1월 대납(代納)했다.

이 소송은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인인 법무법인 선이 진행했다. 법률대리인 역할을 할 법무법인엔 태평양이 선정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송우철 대표변호사와 서울행정법원 조세전담부 부장판사를 지낸 조일영 변호사가 맡아 주목을 끈다. 법무법인 두우의 조문현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조 변호사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경기고 동창으로 '민유성 사단'으로 불린다.

화려한 이력의 변호인단은 이번 소송에서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단순 명의신탁일 경우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종로세무서장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동인이 선정됐다. 변호를 맡은 최석규 변호사도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이다. 지난 2016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 동인의 파트너변호사로 합류했다. 판사시절 노무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맡았고, 김앤장 시절엔 1050억원에 달하는 농심의 '라면 가격담합'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번 소송에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롯데 경영비리 2심 재판 결과가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롯데홀딩스 주식을 증여하며 7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에 대해 서씨와 신 명예회장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씨의 국내 체류기간이 짧아 비거주자에 해당해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형사적 책임과 납세 의무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환경, 현 거주지 등을 고려할 때 서씨는 국내 거주자가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이와 관련해 내달 5일 선고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참석한 신 명예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재판장의 질문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롯데홀딩스 주식을 경유물산에 팔았는지 여부에는 "롯데 주식을 판 기억이 없고, 사거나 판다고 해도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답했다.

한편 신 명예회장은 지난달 증여세 마련을 위해 보유하던 대림산업과 신한지주(055550)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매도 가격은 약 1300억여원이다.

일각에선 신동주 회장이 자발적으로 신 명예회장의 증여세를 완납한 것을 두고 신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롯데제과(6.8%), 롯데칠성음료(1.3%)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는 등 그룹사 주식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탓에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인 측이 대림산업 지분을 서둘러 매각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번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