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전에는 '젊을 때 도전 한번 해봐야지'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은 친구들에게 '함부로 직장 그만두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자매 창업자 이미소(26)·이미성(22)씨가 털어놓은 창업의 고충이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친환경 소재로 에코백·손수건 등을 만들어 팔고 수익 일부를 멸종 위기 동물 보호에 쓰는 회사 '미크'를 창업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웃돌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창업에 도전한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좋아도 예상치 못한 난관이 너무 많아 무턱대고 덤비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창업 지원 프로그램 '디지털 라이프 스쿨'을 거쳐 올해 창업한 20~30대 8명에게 창업의 현실을 들어봤다.
◇거래처 발굴과 재무관리 등 기본부터
국내 대기업을 다니던 장서우(32)씨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5월 자기 이름을 딴 '바이서우'라는 여성 의류 브랜드를 창업했다. 창업 전 개인 블로그를 통해 직접 만든 원피스를 팔아 본 경험이 있어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세우고 보니 장벽투성이였다. 세금계산서를 떼는 법, 재고는 제품 가격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내 월급은 얼마로 정해야 할지 등 재무관리가 특히 어려웠다. 장씨는 "창업 초기에 내가 흑자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재무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나서야 사실은 적자였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래처를 발굴하는 건 더 어렵다. 특히 창업 초기 제품을 소량(少量)으로 만들어 주는 공장이나 제조업체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패션 디자이너의 제품을 대신 제작해 판매하는 '비공이플로어'를 창업한 박인우(26)·이재현(25)씨는 지난여름 두 달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원단 가게와 의류 공장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서울 동대문의 원단가게 40~50곳을 찾아다녔고, 그다음엔 그 원단으로 옷을 생산해 줄 공장 20~30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마다 "소량은 안 해요"라며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두 사람은 "창업 전에는 옷 만드는 것에 대해 '원단 사서 공장에 맡기면 되지'라고 얕봤다"며 "지금은 발로 뛰면서 거래처를 찾아내고 믿음을 주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만나는 사람들을 잡아라"
사진 스튜디오 '어도러블 플레이스(Adorable Place)'를 창업한 김예준(31)씨는 직접 만나는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신한은행이 서울숲 인근에 마련해준 20㎡(6평)쯤 되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개성을 담은 독특한 반명함판 사진을 찍는다. 처음엔 '온라인 홍보로 고객을 모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창업 문턱을 넘어 본 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창업 후 한 달간 서울숲 근처에 왔다가, 우연히 스튜디오에 전시된 사진을 보고 '재미있겠다'며 들어온 사람들이 전체 매출의 80%를 올려준 것이다. SNS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보고 찾아온 고객은 기대보다 적었다. 김씨는 "소비자들은 인터넷보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것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경험 자체를 더 즐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빵사나 목수 등 직업별 작업복을 제작하는 '홀리홀리호'를 창업한 정지수(28)·이은지(27)씨는 제빵사 전용 앞치마를 만들기 위해 20~30곳의 빵집에 들어가 제빵사 20여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 결과, 테플론 소재로 밀가루 등 재료가 잘 묻지 않으면서 쉽게 빨 수 있고, 무게를 일반 앞치마의 절반(약 175g)으로 줄인 특수 앞치마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최대한 많이 만나고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제품 품질이 좋아졌다"며 "이건 인터넷에는 없는 정보"라고 말했다.
◇'워라밸'은 없지만 '보람'이 있다
창업자들은 '주 52시간'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비공이플로어 창업자 이재현씨는 "직접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어떻게 잘할까' 늘 고민하게 되더라"며 "창업은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기 때문에 24시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서우 창업자 장서우씨도 "새벽부터 일하는 날도 있고 오후부터 일하는 날도 있어 불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면서 "대신 내가 열심히 뛰는 딱 그만큼 결과가 나오니 즐겁다"고 했다.